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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기 15년 한 우물, 혁신 원동력 되다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혁신은 모든 것을 뒤엎고 다시 시작하는 어렵고 고단한 일이 아니다. 기회가 실력의 뒷받침이 있을 때 제 위력을 찾듯 혁신도 확실한 주무기가 있을 때 더 위력을 발휘한다. 혁신이 단순한 발상의 전환이 아닌 경영의 가장 높은 가치가 되려면 이를 뒷받침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우발전파워는 그런 면에서 확실한 주무기가 있는 회사다. 15년 이상 발전기 하나에만 매달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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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철 대우발전파워 사장.

대우발전파워는 1993년 권영철 사장이 대우발전기를 창업하며 첫 사업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발전기 하나만을 고집해 온 회사다. 이 회사의 발전기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곳 가운데 하나가 미국대사관. 본국과의 통신망 확보 등 첨단기기들이 즐비한 대사관에서 안정적인 발전기는 필수다.

‘혁신의 현장’? 대우발전파워 #“태양열·풍력·바이오가스 한데 뭉친 ‘바이오 젠 팩’ 가능성에 주목”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청 공동기획

대우발전파워의 혁신은?

혁신은 끈기와 연구에서 나온다

□ 발전기와 관련된 제품으로만 승부
□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케이스 대박
□ 직원부터 사장까지 공부에 매진

서울 정동에 있는 미 금융기업 JP모건 건물에도 대우발전파워 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품질은 인정받았지만 이 회사가 초창기에 비약적으로 성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발전기는 시설물에 전력을 공급하는 가장 중요한 설비지만 어지간하면 십수 년을 써도 교체수요가 없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발전기 생산업체들은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게 안정적인 고품질 제품을 만들어야 하지만 새 모델이 나왔다고 업그레이드 하는 곳이 많지 않아 성장에 애를 먹는다.

그러나 어디에도 예외는 있는 법. 대우발전파워가 2000년 연구를 시작해 2007년 완제품 개발을 마친 친환경 발전기 ‘그린 젠 팩’이 그렇다. 그린 젠 팩은 쉽게 말하면 태양열·풍력·바이오가스가 하나로 된 녹색 발전 종합선물세트다. 한낮에는 태양열을 이용해 발전하고 어두워지면 풍력발전으로 전기를 만든다.

바람이 없는 한밤중이라면? 바이오가스 시스템이 가동돼 전기생산의 안전성을 책임진다. “태양열 발전기를 만드는 곳도 많고 풍력발전을 하는 곳도 많습니다. 바이오가스도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하나로 구성한 발전 시스템은 아직까지는 저희밖에 없습니다.”

권영철 사장은 “신동력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늘었지만 아직 인식이 부족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2007년 상용화된 바이오 젠 팩은 아직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캐나다의 한 지자체에 1000㎾ 규모 바이오 젠 팩 발전기 40대를 수출하기 위해 현재 가격협상 중이죠. 늦어도 12월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봅니다.”

권 사장은 바이오 젠 팩을 더 알리기 위해 이 제품으로만 가동되는 모델하우스를 김포 본사에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재생전문기업으로 등록했고 발전사업등록도 추진 중이다. 권 사장은 “복합발전으로 전기를 역전송하고 판매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현재 중기청과 발전사업등록을 놓고 얘기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양열·풍력·바이오가스 등 이미 나와 있는 기술을 단순 조립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자동으로 동력별 발전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기술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을 들인 만큼 기술 노하우가 중요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상용화 이후 2년째 한 대도 팔리지 않아

바이오 젠 팩 발전기는 개발기간이 5년 걸렸지만 상용화 이후 2년째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영자가 이 정도면 낙심해 개발을 중단할 정도지만 그는 이런 생각조차 가진 적이 없다. 권 사장과 대우발전파워의 뒷얘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그가 실업고를 졸업하고 기술직으로 입사한 현대건설은 당대 최고의 건설회사였다.

1981년 한강종합개발 사업을 하면서 공사현장에서 발전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은 그는 월급을 모아 발전기 수리업체를 차리며 독립을 선언했다. 그의 나이 22세 때였다. 친구들이 대학 강의실에 앉아 있을 때 여기저기 일감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2년 만에 부도가 났다. 20대 초반의 어린 사장은 창업하기 위해 다시 월급생활을 시작했다.

당대 최고의 컴퓨터 시설을 갖춘 제일은행이 두 번째 직장이었다. 3년 후 퇴사하며 그는 세 가지를 손에 쥐었다. 퇴직금, 발전기 운용 노하우 그리고 컴퓨터 기술이었다. 그렇게 세운 회사가 대우발전기다. 당시 대기업 ‘대우’처럼 수출을 많이 하는 회사로 키우고 싶어 지은 이름이다.

1993년 거북이처럼 느렸던 인터넷이 토끼만큼 빨라졌을 때다. 퇴직금으로 이전 회사 창업 때 진 빚을 갚고 나니 전화기 놓을 돈이 없어 영등포의 허름한 남의 사무실 한쪽에서 눈치 보며 주문전화를 받았다. 외국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가할 돈이 없었다.

“빚 많지만 최소한 전화기는 있지 않으냐?”

권 사장이 생각해 낸 방법은 ‘인터넷’이었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e-메일을 보내면서 동시에 자동주문을 받을 수 있게끔 상품설명서와 기초적인 B2B 시스템을 얼추 갖췄다. 해외에서 바이어라도 올라치면 바짝 따라붙어 자사 제품을 홍보했다. 권 사장은 1997년 IMF 구제금융 때 또 한 번 넘어졌다.

8억원 부도를 맞았다. 직원 3~4명을 지켜내지 못하고 떠나 보낸 경험이 그를 다시 일으켰다. 곧장 다시 회사를 시작했다. 직원들을 불렀다. “빚은 많을지 몰라도 최소한 전화기는 있지 않으냐”는 게 재창업 이유였다. 그리고 발전기 소음과 녹스는 것을 막아주는 케이스를 제작하며 일어섰다.

돌아온 직원들은 중간에 기술을 배워 발전기 생산업체를 창업하며 그의 곁을 떠나기도 했고 정년퇴직을 하기도 했다. 이제는 라이벌 관계지만 이들은 OB모임을 만들어 자주 만나고 있다.“저희 대우발전파워가 그 안에서 아직은 1등 기업이잖습니까.”(웃음) 한때 직원이었더라도 현재 라이벌 업체 사장들이 됐는데 자주 만나는 게 어색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돌아온 ‘그 다운’ 대답이다.

리비아 수출 주효 … 성장세 계속될 것

이 회사의 ‘건강진단’

회사의 매출은 주문제작판매를 기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매출액 규모는 2008년 55억원으로 크지 않은 규모이나, 최근 2년간 매출액 성장률이 각각 120.6%, 131.8%로 매년 약 2배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매출원가율은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84.8%, 79.9%며, 영업이익률도 4.9%, 9.9%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는 매출액 규모가 확대되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로 관련 비용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것으로 판단된다. 2007년 12월 앙골라와의 발전시스템 공급계약 체결을 기점으로 2008년에 41억원 규모의 수출을 달성했다. 올해 리비아에 대한 제품 공급을 이미 마친 상태다.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등에 포함되는 그린복합발전시스템을 개발해 올해 말부터 납품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빠르게 성장하는 녹색산업을 고려할 때 회사 매출 구성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기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회사는 계속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회사의 차입금은 약 28억원으로 전기 대비 24억원가량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부채 비율이 146.6%에서 293.4%로 크게 증가했다. 회사는 제품 수주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 6월에 하성 제2공장을 설립했으며, 회사의 외형 성장과 관련해 추가로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 의견은 기업의 공시자료 등을 기초로 작성했으며, 삼일회계법인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밝혀 드립니다. 따라서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 시에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김현수 회계사(삼일회계법인)

김포=한정연 기자·ja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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