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하반기 플러스 성장 … 더블딥 우려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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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큰 비는 멎었다. 다만 먹구름이 한번에 사라지진 않을 전망이다. 하반기 경제에 대한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한은은 10일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0.2%로 전망했다. 당초 마이너스로 예상했던 하반기 성장률을 플러스로 수정한 것이다. 상반기 성장률은 -3.4%였고, 4월에 발표했던 한은의 하반기 전망치는 -0.6%였다.

소비도 하반기(전년 동기 대비 0.3%)가 상반기(-3%)보다는 좋을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3.3% 올랐던 소비자 물가도 하반기엔 2.5%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가 되는) 더블딥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한은이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가능성이 없다’는 식의 얘기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3분기에는 미약하지만 플러스 성장을 하고, 4분기에는 성장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 연간 성장률은 3.6%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예상보다 빨리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한 것은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크다. 세제 지원으로 자동차 판매가 확 늘었고, 재정 지출 확대가 효과를 내면서 회복 시점이 빨라졌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 경기가 워낙 안 좋았던 영향도 있다. 기준점이 낮다 보니 조금만 좋아져도 수치상으론 플러스 성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믿을 만한 기둥은 역시 수출이다. 금융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전했고, 하반기엔 전반적인 교역 조건이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다. 한은은 1년 전과 비교해 상반기에 9.2% 감소했던 수출이 하반기엔 3.7%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도 경제 정책의 완급 조절에 나섰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IB포럼에 참석해 “국내 금융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며 “일부 정책의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다시 강화한 것을 완급 조절의 사례로 꼽았다.

그렇다고 한은이나 정부가 ‘이제 다 끝났다’는 얘기를 한 건 아니다. 진 위원장은 “당분간 현재의 정책기조는 유지할 방침”이라고 못박았다. 여전히 불안 요인이 있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 그에 따라 나빠지고 있는 고용이다. 한은의 하반기 전망에서도 상당수 지표의 전망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설비투자와 고용 전망은 마이너스 상태다. 하반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할 것으로, 취업자 수는 7만 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엔 재정 지출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혀 민간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출도 원화가치의 안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또 2분기엔 세제 혜택 등 인위적인 수단으로 경기의 급강하를 막았지만(전기 대비 -2.5% 성장), 이게 되레 후유증을 낳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이와 관련, 진동수 위원장은 “세계 경제가 회복될 때 우리 경제가 탄력받을 수 있게 하고, 위기 대응책의 부작용을 제어해야 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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