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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신성우 '드라큘라 변신'…뮤지컬 더블캐스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숱한 인간의 피를 빨아먹고 살아온 흉악무도한 범죄자 드라큘라. 그러나 브람 스토커의 소설 이래로 드라큘라는 유한한 인생을 넘어서는 황홀한 연인으로 새로이 해석돼왔다.

흡혈귀의 본고장인 동구권, 그 중에도 체코에서 만들어진 뮤지컬 '드라큘라' 역시 마찬가지. 95년 프라하 초연이래 유럽에서만 1백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 히트뮤지컬이 국내 배우들의 무대로 오는 9월12~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

장에 오른다.

지난달 28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드라큘라 역은 가수 신성우와 뮤지컬 배우 박철호의 더블캐스트. 윤도현에 이은 록가수의 뮤지컬무대 데뷔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성우는 "무대에서 몸을 움직이면서 동시에 노래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의 의구심에 출연결정이 쉽진 않았던 모양이다.

그를 움직인 것은 5백년전 아기를 낳다 죽은 아내를 여전히 잊지못하는 드라큘라의 사랑. "더 나이가 들면 사랑에 대한 감수성이 퇴색되지 않을까 싶어" 이 매력 (?) 적인 배역을 맡았다는 설명이다.

박철호의 드라큘라 역시 관심거리다. 83년 시립가무단원으로 출발한 이래 '지붕위의 바이올린'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40여편을 주연한 관록의 배우지만, 현 소속단체인 서울예술단의 작품성격상 그의 이미지는 아무래도 된장 냄새 나는 '토종' 주역. "드라큘라는 2시간30분의 공연동안 1백분남짓 등장, 무려 20여곡을 부르는 배역" 이라는 박철호의 말은 그가 "십수년 뮤지컬 경력의 결정체" 로 이 배역을 탐낸 까닭을 설명해준다.

두 사람의 공통된 해석은 "드라큘라는 강인하면서도 연약한 남자" 라는 것. 신성우는 아직 본격적인 연습에 합류하지 않은 상태지만, 체코 스태프들은 목소리나 외형적인 분위기면에서는 두 사람 모두 드라큘라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는 평을 내렸다.

'드라큘라' 는 한국측 연출자 강대진 외에 대본.안무가 리하르트 헤스, 연출자 필립 렌츠 등 체코 스태프가 공동작업중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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