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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과 인민의 후계자 추대 곧 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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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북한이 심상치 않다. 핵실험과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문제도 주변국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가 지난 4일부터 4박5일 동안 평양을 방문한 박한식 조지아대 석좌교수를 9일 오후 만나 최근 북한의 분위기를 들어봤다.

-북한의 후계자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평양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가까운 장래에 후계자 문제가 공식화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전에 후계자 문제에 대한 언급조차 꺼리던 사람들이 ‘당과 인민이 추대하는 일이 가까운 장래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유사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아 지도층 사이에선 공감대가 있는 듯했습니다.”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운이 유력하게 얘기되고 있지 않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누가 후계자로 결정됐는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 통치가 고착화돼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 없는 김정일 시대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에는 이미 모든 분야에서 정책 노선이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차기 계승자는 정책 결정에 큰 고심을 하지 않아도, 큰 지혜나 지식이 없어도 별 문제가 없으리라 봅니다.”

-최근 미사일 발사를 후계자 문제와 연관 짓는 견해들도 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과 관계가 있다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북한의 상선을 다른 나라의 해군 군함이 와서 조사를 하는 것은 해적 행위가 아니냐고 반발합니다. 군함을 미사일로 격침시킬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한 걸로 해석됩니다.”

-미국은 매우 강경합니다. 이번에는 손을 보겠다는 입장 아닌가요.

“냉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군수산업자들 입장에선 북한이 절대 필요한 존재입니다. 이들이 작성하는 보고서에 가장 첫 번째 위협국으로 북한을 꼽는 게 증거입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 신인이다 보니 군수산업의 이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개혁·개방, 민주주의, 인권을 강조합니다. 유연성을 가지고 다양성을 포용하자는 원칙도 있지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중간 수준의 입장입니다. 반면 네오콘들은 북한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화와 충돌을 놓고 혼돈스러운 것입니다.”

-미국 여기자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나요.

“여기자들은 초대소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북한을 흠집 내려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려 한 것에 대해 화가 많이 나 있었습니다. 미국의 입장 표명이 없다는 서운함도 묻어났습니다. 정치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조문단을 보내지 않고 핵실험을 강행한 것을 두고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핵실험은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 같아요. 실험 직전에 노 대통령이 돌아가셨으니 당황한 것 같아요. 조문단 파견에 대해선 고민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정주영·정몽헌 회장 장례식 때는 관계가 좋아 말하기 쉬웠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지요.”

-남북관계 전망은 어떻게 하시나요.

“북한 입장에선 MB정부와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극한적인 입장인 것 같아요. 차기 정권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합니다. 다음 선거에서도 현 정부와 대북정책 기조를 같이하는 정권이 들어선다면 남북관계 단절은 장기화할 것입니다.” 

정리=정용수 기자

◆박한식 교수는=2004년 11월 북한과 미국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트랙2 대화’를 개최하는 등 북·미 민간 교류의 전면에 섰던 대북 전문가. 그동안 북한을 40여 차례 다녀왔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오바마 후보의 한반도 정책팀장 등과 친분이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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