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노비에게도 출산휴가 100일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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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50여년 전 세종대왕이 집권하던 시기에 이미 출산휴가 개념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박현모 선임연구원은 최근 계간 ‘정신문화연구’ 여름호에 기고한 ‘세종은 백성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였나’라는 논문에서 “세종은 백성들의 ‘삶의 질’을 성공적으로 향상시켰다”며 구체적인 사례들을 소개했다.

박 연구원은 ‘삶의 질’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서경(書經)에 나와 있는 ‘오복’(五福)인 장수, 부유함, 건강, 편안한 임종을 들었다. '장수' 부문에서는 세종이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노인들이 참석하는 양로 잔치를 연 점, ‘부유함’ 부문에서는 국가재정 확충을 위해 왕실의 재산을 줄이고 경작지 확장, 조선의 기후와 토지에 맞는 농법 등이 장려됐다. 이 결과 국가의 총 농지면적이 2~3배로 늘었고 토지 1결당 쌀 생산량도 최고 4배까지 증가해 “먹고사는 문제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고 박 연구원은 평가했다. '건강' 부문에서는 의녀 제도의 전국 시행·의학서적 편찬·국산 약재 연구가 이뤄졌다.

박 연구원은 ‘편안한 임종’ 부문에서는 유아 사망률 감소와 여자 노비의 출산휴가 제도 개선을 들었다. 여성 노비의 출산휴가를 100일로 늘리고 노비의 남편에게도 한 달 간의 휴가를 주는 정책을 시행한 점을 들었다.

박 연구원은 “세종은 제생원(濟生院) 제도를 보완해 버려진 아이들을 구호하도록 했다. 버려진 아이를 기르려는 사람이 있으면 문서에 기재해 뜻대로 기를 수 있게 했다. 또 여자 노비들이 출산 중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종전에 7일간 주던 출산휴가를 100일로 늘렸고 출산 1개월 전부터 산모의 복무를 면제해 주도록 했다. 그 남편에게도 한 달간의 산후 휴가를 주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특히 재위 5년(1423) 강원도 일대에 닥친 큰 가뭄이 들자 세종이 정확한 현지 실태를 위해 노력한 점과 굶주린 백성이 식량을 구하러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허용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세종은 사회에서 가장 낮은 신분인 노비조차 하늘이 낳은 백성이라고 봤다. '사회적 약자들’의 숨은 고통을 어루만져 줄 뿐만 아니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한 군주”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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