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산소같은 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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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천안박물관 문화관광해설사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천안의 유적과 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안녕하세요.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입니다.”

천안박물관에 가면 이영애를 만날 수 있다. CF 속의 이영애는 아니다. 천안박물관의 문화관광해설사 이영애(여·54·신방동)씨 얘기다. 이씨는 박물관 관람객들에게 밝은 미소로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문화관광해설사는 관람객에게 지역의 문화와 역사의 가치를 재미있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일이다. 이영애씨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보이는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지역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유관순 열사를 존경해 왔다고 한다. 유관순 열사의 나라사랑 정신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운 좋게도 2년 전 문화관광해설사로 첫 근무지가 유관순열사사적지였다. 천안 박물관에는 작년 10월에 왔다.

이씨의 해설은 천안박물관에서 주말 이틀과 화요일, 수요일에 들을 수 있다. 해설과 함께 천안박물관을 관람하면 한 시간 가량 걸린다. 해설은 듣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할 때는 30분 정도의 해설도 가능하다. ‘대상에 맞는 맞춤 해설’을 하는 것이다.

작은 마이크를 들고 해설을 하던 그는 볼륨 조절에 신경을 쓴다. 혹시나 설명을 원치 않고 조용히 박물관을 둘러보는 관람객에게 방해가 될까 하는 배려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그의 설명을 듣는 관람객은 덩달아 ‘천안 전문가’가 된다. 해설 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박물관에서 얻는 즐거움과 이해하기 쉬운 해설이다. 천안에 살면서도 천안에 대해 모르던 사람들과 천안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에게 천안의 역사를 알게 해주는 게 그의 일이다.

그는 “해설을 듣고 다른 사람에게도 들려주고 싶어 다시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 덕에 힘이 난다”며 “예전의 박물관이 정적인 것이었다면 지금은 동적인 것으로 바뀌어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해설로 유물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알고 느낌과 감정을 전달 받아 천안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된다. 이씨가 갖고 있는 천안에 대한 애정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씨의 고향은 서울이다. 남편과 결혼하면서 천안은 제2의 고향이 됐다. “천안에 온지 30년됐다. 서울보다 더 오래 천안에서 살았으니 제2의 고향이 아니고 그냥 천안이 나의 고향”이라며 천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주말이면 관람객이 더 많아 그는 주말이 더 바쁘다. 남편과 자녀의 이해가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가족들의 응원 덕에 힘을 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지금처럼 열정적으로 문화관광해설사 일을 하고 싶다”고 바램을 말했다.

문화유산해설사에서 2005년 문화관광해설사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씨는 충남도에서 해설사 양성교육을 받은 뒤 자격증도 취득했다. 1년에 한 번 보수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2년에 한 번은 해설사증을 도청으로부터 다시 받는다. 해설사들은 철저한 교육을 통해 관람객에게 질 좋은 해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천안에는 10명의 문화관광해설사가 활동 중이다. 이들은 각원사·유관순열사사적지·광덕사·성불사·천안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을 만난다. 이들의 해설을 듣기 위해선 예약이 필수다. 문의 천안박물관 (041)521-2823~5.

백경미 인턴기자

◆문화관광해설사=문화유적지 등 관광명소에 배치돼 문화재와 지역문화, 관광자원 등에 대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도와주는 사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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