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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14일부터 '한국해학의 현대적 변용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한국인의 삶, 한국인의 문화 속에 흐르는 고유한 정서는 무엇일까. 일제 때의 한국예술 찬미가였던 야나기 무네요시는 한국인 특유의 미감을 한 (恨) 으로 설명했지만 이보다는 해학과 익살 쪽이 더 맞지 않을까.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지낸 미술평론가 박래경씨는 바로 이 해학에 주목했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해학은 미술을 포함한 한국의 모든 예술분야에 드러나는 가장 큰 특징임에도 이것이 현대까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보여준 적은 없었다.

그래서 예술과 접목되면서 드러난 해학의 실체를 가시화해서 보여주는 전시를 마련했다.

오는 14일부터 9월 3일까지 동아갤러리와 문화일보갤러리 두곳에서 동시에 펼쳐질 '한국해학의 현대적 변용' 이다.

지난해 열린 해학 관련 심포지움의 결과물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는 장욱진과 이응노 등 작고작가에서부터 김기창.백남준을 거쳐 채미현.김범같은 젊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 화단의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 22명의 작품 50여점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이를 다시 크게 세가지 경향으로 나누어보았다.

첫번째 경향에 속하는 작가는 전통 설화를 차용해서 보여주는 김기창과 이만익.장욱진.이응로.최영림 등이다.

어수룩하고 어찌보면 바보스럽기까지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작품들이다.

두번째는 질서정연함 속의 일탈이 해학의 기본성격인 유희 본능을 나타내주는 작품들이다.

먹선으로 간결하게 표현한 인물군상의 반복에서 두드러지는 굵은 선 (서세옥) , 손가락끝만 물들인 장갑의 중복에서 튀어나온 하나의 기다란 손가락 (정경연) 등 반복된 질서를 깨며 움직이는 생명력을 뿜어내는 작품들이 여기 속한다.

마지막은 해학에 숨어있는 풍자와 비판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아이러니컬한 표현을 통해 하고 싶은 비판을 은근히 표출해니고 있는 것들이다.

김범과 채미현.김상숙.유종호 등의 작품이 이런 맥락에서 선택되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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