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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인간승리 올해도 계속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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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암스트롱(左)이 우승한 뒤 애인 셰릴 크로의 축하를 받고 있다. [AP=연합]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32)이 26일 오전(한국시간) 끝난 2004 투르 드 프랑스에서 또 우승했다.

23일간 알프스와 피레네 산맥을 넘어 3391㎞를 달리는 길고 험난한 코스에서 그는 1999년부터 6년 연속 우승의 감격을 안았다. 이 대회 101년 역사상 6연속 우승은 처음이다.

그가 96년 생존율 50%도 되지 않았던 고환암을 극복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승할 때마다 '암을 극복한 인간승리'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그의 어린 시절은 불행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어릴 때 몸이 허약해 친구들에게 심하게 놀림을 받았으며' '계부에게 카약의 노로 얻어맞으며 자랐다'고 썼다. 그는 또 냉소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2위를 1분1초 차로 간신히 따돌린 후 숨을 헐떡이며 찡그리던 모습이 그의 내면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회 도중 산악구간에서 넘어진 그를 라이벌인 얀 율리히(독일)가 스포츠맨십을 발휘해 기다려주지 않았다면 그의 연승 기록은 이미 깨졌을지 모른다. 그때 관계자들은 "암스트롱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더구나 그의 투병을 도와줬던 부인과 이혼하면서 인간 승리의 감동이 퇴색했고, 스폰서도 등을 돌렸다.

그러나 암스트롱은 이 모든 역경을 딛고 이번에 2위를 6분19초 차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우승했다. 그는 "이번 레이스는 첫 대회에 나갈 때처럼 흥분됐고, 그 어떤 대회보다 즐거웠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랑이 생겼고, 평안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보다 열살 연상인 록가수 셰릴 크로와 사귀고 있다.

암스트롱은 역사상 최고의 사이클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로 인해 2001년 130만명이던 미국의 사이클 인구는 지난해 3100만명으로 늘었다.

미국의 스포츠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최근호에서 암스트롱이 올해 코카콜라.나이키 등 새로운 스폰서로부터 최소한 1600만달러(약 185억원)를 벌어들이며 마이클 조던.타이거 우즈에 필적하는 '수퍼 스타' 반열에 들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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