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관 출신 사외이사 모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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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세청.검찰.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대거 상장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667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중 공무원 출신 인사는 전직 장관(장관급 포함) 15명을 포함해 198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국세청 출신이 지방국세청장을 지낸 15명을 포함해 42명, 검찰 출신이 검찰총장을 지낸 4명 등 36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과 옛 은행.증권.보험감독원을 포함해 금융감독에 종사했던 이들은 25명, 감사원 출신은 9명이었다.

또 경제정책의 중심인 재정경제부 출신(재무부와 경제기획원 포함) 인사는 28명이었다.

유명 인사로는 경제부총리와 한나라당 총재 등을 역임한 조순씨가 SK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LG전자와 가스공사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최종찬(케이티비네트워크.동부화재)씨, 정보통신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이석채(코오롱유화.두산중공업)씨 등도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 밖에 장관 출신으로는 조경식(CJ.전 농림수산부 장관), 한봉수(대림요업.전 상공부 장관), 박호군(LG화학.전 과학기술부 장관), 허남훈(가스공사.전 환경처 장관), 김용진(한국공항.LG,전 과기처 장관)씨 등이 있다.

검찰총장 출신으로는 노태우 대통령 시절 민정수석을 맡았던 정구영(녹십자)씨, 법무부 차관을 역임한 김각영(하나증권)씨,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김기수(성신양회공업)씨, 박순용(태영)씨 등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국세청.검찰.감독원 출신 고위 인사들은 세무와 법률.금융 등 전문분야에 경험이 많아 사외이사로서 회사의 비리와 문제점을 적발하기엔 적임자라고 기업들이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힘있는 기관 출신 인사들을 바람막이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이은정 연구원은 "미국처럼 일반 기업의 경영진(전문경영인)이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것이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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