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북한 간 막대한 돈, 핵무장 이용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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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유럽을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북한에 경제적 도움을 많이 준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의 개방을 돕는 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하는 데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유력 뉴스채널인 ‘유로뉴스(Euro News)’와의 인터뷰에서다. 인터뷰는 7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이뤄졌고, 청와대는 주요 내용을 8일 공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8일 오전(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 행사에 참석해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막대한 돈’이라는 표현까지 쓴 만큼 앞으로 직접 현금이 북한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임금 형태로 현금이 들어가는 개성공단의 특수성은 인정해야겠지만, 예를 들어 골재 판매 등 양측 간 교역을 통해 한꺼번에 큰 액수의 현금을 북한에 주는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자 평균적인 국민들의 인식이며, 전 세계가 그렇게 생각하는 지구적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울 게 없으며 북한을 자극하기 위해 의도된 발언도 아니라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로켓과 미사일을 합쳐 지난번에 한 번 쏘는 데에만 3억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무슨 돈이 있어서 그것을 만들겠느냐”며 “돈에 꼬리표가 붙은 것도 아니고, 똑같은 물을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사일 만들고 핵 개발하는 자금으로 쓰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사실 가장 폐쇄된 사회의 지도자”라며 “모든 나라가 개방화와 국제공조를 통해 발전하고 있는데 북한은 완벽하게 폐쇄된, 우리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또 “중동의 테러 문제가 있긴 하지만 국가적 단위로 볼 때 북한이 위험한 국가 중 하나인 것만은 틀림없다”며 “그들이 만드는 대량살상무기(WMD)가 다른 국가에 전수되고, 또 핵물질이 넘어가게 되면 핵 보유 유혹을 받는 나라가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대화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그는 “국제공조를 통해 우리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응하도록 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굳건하게 보조를 맞추고 세계가 공조를 하면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끌어낼 수 있다.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B, FTA 반대하는 폴란드 설득=이 대통령은 8일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강력하게 설득했다. 폴란드는 이탈리아·헝가리와 함께 EU 회원국 중 한·EU FTA 체결에 미온적인 대표적 나라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FTA가 체결되면 폴란드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득했고, 그 결과 카친스키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FTA가 체결되면 양국 간 경제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FTA 타결까지 큰 산 하나를 넘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폴란드가 건설을 추진 중인 LNG 터미널(총예산 4억4000만 유로)과 원자력발전소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한국이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의 도입도 부탁했다.

이에 대해 카친스키 대통령은 “다소 경쟁이 있겠지만 한국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1박2일간의 폴란드 방문을 마친 이 대통령은 8일 밤 두 번째 방문국인 이탈리아의 로마에 도착했다.

바르샤바·로마=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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