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 게걸음 …“연말엔 달러당 1100원대” 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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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원화가치가 두 달 동안 옆걸음질만 치고 있다. 주가지수와 비슷한 모습이다. 위로든, 아래로든 달러당 1230~129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화가치에 영향을 주는 지표만 본다면 크게 올라야 맞다. 지난달 무역흑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외국인도 꾸준히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도 큰 폭으로 불어나고 있고, 은행과 기업들은 잇따라 외화 조달에 성공해 달러를 들여오고 있다.

하지만 8일 원화 값은 달러당 1276.1원으로 지난달 초와 비교해 오히려 40원 이상 내렸다. 전문가들은 3분기(7~9월)까진 원화가치가 지금처럼 1200원대 후반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후의 환율 전망은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에 따라 엇갈린다. 연말 원화 강세론과 약세론의 근거를 들어봤다.

◆원화 강세론이 다소 우세=현재로선 연말 원화가치가 1100원대 후반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외 경기나 금융시장의 완만한 회복을 기대하는 쪽이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위원은 “이 정도 무역흑자면 원화가치가 오르는 게 상식”이라며 “지금은 은행들이 한국은행에 빌린 외화자금을 되갚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며 일시적으로 달러 수요가 증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은행권의 외화자금 상환이 마무리된 뒤엔 무역흑자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그는 “정상적인 수급 상황이라면 연말에 달러당 11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달러화의 움직임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경기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굿모닝신한증권 이성권 선임연구위원은 “오바마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는 후반기로 갈수록 나타난다”며 “다시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생기면서 달러가 약세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말했다.

◆하락 전망도 여전=반대로 원화가치가 박스권을 벗어나 점차 떨어진다는 전망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올 초처럼 1400~1500원대로 급락하는 건 아니지만 달러당 130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신영증권 김재홍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으로 무역흑자가 큰 폭으로 축소되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세도 약화되면서 원화가치가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화가치를 떠받치는 두 축인 무역흑자와 외국인 매수세가 모두 하반기 들어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4분기 원화가치를 달러당 평균 1310원대로 예상했다. 이 경우 국내 수출기업이 환율 효과를 계속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국제적으로 달러가치가 더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부가 써왔던 저금리 정책의 약발이 점차 떨어지면서 신용위험이 다시 커질 것”이라며 “이 경우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 약세 압력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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