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유럽·중남미 작품에 문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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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요원들은 새 달력이 나오면 '추석' 이 언제인지부터 확인한다. 추석의 위치에 따라 영화제 개최 일정이 조정되기 때문이다.

일반 상영관을 빌려야하는데 명절 대목엔 극장들이 난색을 표하는 것이다.

창설 첫해엔 9월13일, 지난해엔 찬바람이 파고드는 10월10일 개막됐던 부산영화제가 올해는 추석인 10월 5일을 피해 9월24일부터 10월1일까지 열린다.

전용관 하나 없어 극장들 눈치보며 잔치해야하는 처지지만 그동안 이 영화제가 거둔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영화제 자체의 외형적인 규모가 성장한 건 물론이려니와 최근 한국영화가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다수 초청되는 배경에는 부산영화제의 음덕 (陰德) 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올해 소개되는 영화는 장.단편 합쳐 지난해 보다 30편정도 늘어난 190여편. 그동안 소홀했던 유럽영화들과 중남미영화등 비아시아권에 좀 더 문을 넓혔다. 특히 유니프랑스 (프랑스영화 수출공사) 와 EFP (유럽영화 프러모션) 등 유럽쪽에서 관심이 높다. 이들은 자체 비용으로 감독.제작자등 모두 50명가량을 파견할 계획이다.

이번에 새로 도입한 섹션 가운데 '우리시대 최고의 다큐멘터리 특별전 (15편)' 과 일본.미국.러시아등에 흩어져있는 한인들이 만든 우수작을 소개하는 '재외 한인영화 특별전' 이 눈에 띈다.

또 '이중의 장벽 - 아시아에서 여성감독이 된다는 것' 도 관객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감독이나 제작자들에게 반가운 섹션도 생겼다.올해 처음 시도되는 '프리마켓' 은 영화제측이 일종의 '거간꾼' 이 되어 유능한 감독과 제작자를 연결시켜주는 '시장' 이다.

시나리오와 기획서등을 보내온 감독은 일본.중국.인도등에서 70명, 한국에서 10명이다.이 가운데 대여섯편이 제작자를 구한다면 일단 합격선이라고 영화제 측은 보고 있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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