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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계 고교생 병역의무 기업서 대신할 수 있게 해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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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청년실업이 문제라지만 많은 중소기업은 인력을 못 구해 쩔쩔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산업 현장을 이끌어 갈 기술·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계 고교와 전문대는 우수 학생 영입에 애를 먹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중소기업청은 연간 40억원을 투입하는 중소기업 기술사관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전문계 고교와 전문대, 중소기업을 연결해 고교 때부터 5년간 맞춤교육을 한 뒤 취업으로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좌담회가 열렸다.

중소기업 기술사관 육성을 위한 좌담회가 최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렸다.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구인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과 우수 학생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전문대를 위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김경빈 기자]


▶곽재원 원장(사회)=청년실업이 문제인데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정영태 차장=2008년 중소 제조업체의 부족 인력은 6만 명(부족률 2.68%)인데 청년실업은 여전히 심각하다. 수급 불일치 현상의 원인을 수요(기업)와 공급(구직자)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일은 많은데 임금·복리후생은 떨어진다. 공급 측면에서는 대학생 수가 급격히 늘면서 취업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아진 게 문제다.

▶사회=예전에는 공고·상고 등 전문계 고교와 전문대들이 기술·기능직을 배출했는데 최근에는 많이 줄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김영곤 과장=전문계 고교 학생들의 대학 진학이 크게 늘었다. 또 전문계 고교 남학생의 경우 취업을 하고 싶어도 병역 문제가 걸림돌이다.

▶권대봉 원장=사농공상이라는 과거의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 고교만 졸업해도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들은 모두 기능·기술직의 직업 안정성이 높다.

▶이해구 총장=우리 사회가 일종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중소기업의 역할이 큰데도 사회의 인식은 못 미친다. 이러니 전문대에 우수한 인재가 안 오고 취업할 때도 중소기업에 눈이 안 가는 것이다.

▶윤경식 교장=공고·상고에 들어오는 학생·학부모도 대부분 대학 진학을 원해 취업 지도가 쉽지 않다. 학생들이 무조건 대학에 가는 것보다 자기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취업으로 연결돼야 한다. 학생들의 눈높이가 중소기업 현실과 안 맞는 게 문제다.

▶사회=이런 사회적 인식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 차장=사관학교가 국방 전문요원을 양성하듯 기술사관 프로그램은 기업이 원하는 전문 기술자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재학 중에는 장학금도 주고, 전문대 진학에 특혜를 줄 뿐 아니라 좋은 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들자는 것이다. 학생들이 ‘기술사관학교에 가면 내 인생이 열리겠다’고 생각해 우수 학생이 몰리도록 하겠다.

▶한영수 총장=기술사관제도가 자리 잡으려면 병역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또 참여 중소기업들 을 지원해야 한다.

▶사회=기업인들의 생각은 어떤가.

▶이형세 대표=이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전문계 고교, 전문대의 연계를 통한 취업에 머물지 말고 평생교육으로 연결돼야 한다. 또 모범적인 ‘스타급 학교’를 선정, 프로그램을 적극 알려야 한다.

▶이만재 대표=학교에서는 돈이나 간판이 아닌, 인생을 길게 보고 승부할 수 있게 인성교육에도 신경 써야 한다.

▶사회=프로그램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정 차장=기술사관 프로그램이 올해 시작돼 학생을 뽑아도 사회로 나가 평가를 받기까지 5년은 걸린다. 긴 시간이므로 그사이에 기술의 변화를 교육 과정에 재빨리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학생 개인에 대한 경력 설계가 중요하다. 취업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역을 어떻게 마치고 제대 후 기업 복귀는 어떻게 할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 현행 병역특례제도가 2012년에는 없어지는데 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 총장=기술사관은 대표적인 젊은 기술 요원들 아닌가. 이들이 실질적으로 병역의무를 기업에서 일하며 마칠 수 있게 추진해야 한다.

▶윤 교장=기업과 학교가 취업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어야 한다.

▶정 차장=지방 중소기업청마다 유망한 중소기업의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고, 이 정보를 전문계 고교나 대학 등에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정리=이승녕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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