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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개조 프로젝트] 이번 주 참가자 전주 기전여고 1 김소라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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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김소라(左)양을 격려하기 위해 학교를 찾은 어머니 최영순씨. 손을 맞잡고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다. [최명헌 기자]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돕는다고 했던가. 김소라(전주 기전여고 1)양의 사연은 여러 사람의 도움을 거쳐 공부개조 프로젝트팀에 닿았다.

소라네를 만나기 위해 전북 김제를 찾은 프로젝트팀. 마중 나온 어머니 최영순(42·김제시 신풍동)씨의 표정은 밝았다. 학교에서 만난 소라 역시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모습이 무척 유쾌해 보였다. 하지만 소라에게는 요즘 숨겨둔 고민이 있다. 도시 친구들의 공부를 따라잡고 싶지만 집중력이 부족하고 잠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는 것이다. 프로젝트팀이 진단과 처방에 나섰다.

공부 내용에서 자기 연관성 찾기

학습 검사 결과 소라는 생활관리·자기주도성 부분의 점수가 높게 나왔다. 공부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능력은 뛰어나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신감과 진로의식이 부족하고 공부 방법을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팀은 “소라는 기복 없이 공부할 수 있다는 큰 강점이 있지만 계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과 공부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학습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집중력 부족에 대한 호소도 여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박재원 소장은 “지루한 영화를 보면 졸음이 잘 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공부도 마찬가지”라며 “괴롭게 공부를 하려고 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공부에 대해 ▶‘괴로운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 ▶시험 점수 등 결과가 아닌 학습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것 ▶‘무조건 열심히’보다는 ‘꾸준히’ 하는 것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실험과 연습을 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부에 대한 태도-습관-방법-기술의 순서로 해결해 나가야 하므로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집중은 정신력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프로젝트팀은 ‘자기 연관성’이 있을 때 사람이 집중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부하는 내용에서 자신과 연관된 부분을 찾고 이를 적용시켜 보면서 공부한다면 더욱 수월하게 몰입할 수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기억이 잘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학습 준비 정도에 맞는 적정 난이도의 문제 풀이로 ‘두뇌 근육’을 발달시키면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 집중은 ‘관심을 가지고 자기 수준에 맞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중이 잘 되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그러면 실천력도 함께 높아지게 된다.

소라는 “잠을 이기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며 “집에 와 책상 앞에 앉으면 금방 졸리고, 잠을 충분히 자도 침대에 눕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박 소장은 “실천을 위해서는 자신의 의지를 믿기보다 예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갈등·방해 요인은 사전에 아예 차단시키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 만약 휴대전화로 수신되는 친구들의 문자 메시지에 답장을 해주지 않고는 못 배긴다면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공부를 마칠 때까지 휴대전화 전원을 꺼두는 식이다. 소라의 경우 독서실 등 다른 공부 환경을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공부를 방해하거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요인을 찾아 일기로 적고 하나씩 개선방안을 찾는 것도 좋다.

프로젝트팀은 그러나 “잠을 줄여서라도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소라의 말에는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잠을 자는 동안 공부한 내용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밝혀진 사실. 박 소장은 “충분히 자고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며 “공부가 잘 안 된다고 해서 시간과 양을 늘리기보다 공부 방향을 바꿔보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공부를 어떻게 즐겁게 할까’ 궁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시험 점수를 위한 공부가 아닌 영어의 재미, 수학의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틀린 부분 개념부터 되짚어보기 

프로젝트팀은 본격적인 공부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공부를 아주 잘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개인별 특성은 빼고 공통점을 찾아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먼저 틀린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소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이 틀린 문제는 다시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는 평가 위주의 교육환경 때문. 틀린 것을 통해 새로운 내용을 알아간다는 생각으로 관련 개념을 꼼꼼히 되짚어 보는 것이 좋다. 대충 이해가 된다고 해서 넘어가지 말고 반복해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습한 날·주말·시험기간·방학 때를 이용해 네 번 반복해 확인하고 넘어가면 공부한 내용을 확실히 장기 기억으로 만들 수 있다. 방학 때 선행학습을 하는 것보다 앞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수업 집중력을 높이고 학습에 흥미를 붙이기 위해서는 예습도 필요하다. 저녁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다음날 배울 내용을 학습 목표부터 시작해 쭉 읽어보는 것이다. 모르는 부분이나 궁금한 사항은 체크해 둔다. 복습은 집에 돌아와 자기 전 시간이나 다음날 아침 자습시간을 활용하고, 주말에는 일주일간 배운 것을 틀린 문제 위주로 복습한다. 주말의 여가시간에는 그저 낮잠만 자거나 늘어져 있기보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팀은 “책읽기는 공부의 기초체력과 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꾸준히 무엇이든 읽을거리를 찾아 읽어나간다면 반드시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것. 책 읽는 습관은 고액 과외를 받거나 유명 강의를 듣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김항윤 장학사는 “책을 읽고 나서 목차 부분에 감상이나 요약 내용 등을 정리해 뒀다가 나중에 다시 들춰보면 좋다”고 조언했다.

주요 과목 기초를 튼튼히 

소라는 “말씀하신 공부 잘하는 방법 중 내가 하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멋쩍게 웃었다. 김 장학사는 “전주는 전국의 시·군·구 단위 중에서도 학업 성적이 20위권 안에 드는 도시”라며 “소라처럼 시외에서 시내로 진학할 정도라면 학습의 기본은 닦여 있다는 뜻”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또 “진로 결정에는 영어·수학 실력이 아직은 중요한 변수가 된다”면서 우선 주요 과목의 기초를 튼튼히 할 것을 주문했다.

단순히 수학 공부가 조금 쉽다고 해서 이과를 선택하는 것은 금물. 희망하는 학과나 직업에 대해 정보를 찾아본 뒤 해당 진로에 어떤 선배들이 갔는지, 어느 정도 점수를 받으면 갈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선택하도록 한다. 김 장학사는 소라에게 “가정환경과 여러 가지 여건, 흥미 분야 등을 고려했을 때 유아교육·식품영양·보건교육학과를 추천한다”며 “원하는 학과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면 따로 제공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어머니 최씨는 “마침 소라가 요즘 관심을 갖던 학과들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놀라워하며 “방학 때 대학 캠퍼스 탐방과 직업 체험 등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배 대학생 멘토는 “목표의식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목표를 높이 세우고 노력하다 보면 그에 가깝게라도 갈 수 있기 때문. 소라와 최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김씨는 자신의 수험 경험을 토대로 “영어 단어는 사용되는 문장을 통째로 반복해 보는 것이 효과적이며 수학도 기본 내용은 암기해 둬야 효율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상담을 마친 후 소라는 “막연히 성적만 올리려 하다 보니 최근 ‘왜 이런 것을 배워야 하는가’ 의문이 들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는 ‘오늘 무엇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기보다 공부를 하면서 즐거움과 뿌듯함을 찾겠다는 다짐도 했다. 소라가 웃으며 말했다. “공부를 즐기면서 하라, 잠을 충분히 자면서 공부하라는 말씀에 처음엔 사실 조금 의아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쉽게 따라 해 볼 수 있는 공부 방법들인 만큼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당장 실천에 옮겨볼게요. 저도 ‘공부가 이렇게 재밌고 쉬운 건지 몰랐어요’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아요.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네요.”

글=최은혜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신청하기까지
어려운 환경에도 꿋꿋, 도지사가 사연 듣고 “도와 달라”

지난달 10일 ‘열려라 공부’에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보내온 사연이 소개됐다. ‘김제에 사는 김소라(사진)양이 공부개조 프로젝트 참가자로 꼭 선정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소라는 10년 전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학생인데, 홀어머니 밑에서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도시의 아이들과 비교되는 교육 환경에 자꾸만 주눅이 드는 소라를 도와 달라며 김 도지사는 “간곡한 저의 심정을 헤아려 달라”고 당부했다.

소라의 사연이 전달되기까지는 김 도지사 외에도 많은 이가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김제시 주민복지과의 류남영 과장은 “복지관 빨래방 일을 하는 소라 어머니와 소라, 소라 언니 모두 성격이 굉장히 밝고 쾌활하다”며 “특히 소라는 공부 욕심도 많고 의욕이 높아 적극 추천했다”고 말했다. 김 도지사와 시·도청 관계자들은 지난달 7일 소라네 집을 직접 방문해 격려하기도 했다. 전라북도 홍보기획과 김선경씨는 “주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며 “힘들지만 서로 아끼며 열심히 살아가는 소라네 가정의 모습은 부러울 정도였다”고 전했다. 김씨는 또 “서울에서 먼 지역이라 과연 선발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연락을 받고 모두가 무척 기뻐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최영순씨도 이런 관심이 고맙기만 하다. 딸 소라가 고등학교에 올라간 뒤로 부쩍 힘들어 하던 차에 들려온 소식이라 더욱 반갑다. 최씨는 “평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많이 하지 않아도 상위권을 유지하던 딸이지만 시내 고교 아이들의 수준을 따라가느라 버거워하는 눈치”라며 말을 꺼냈다. “전주에 있는 인문계 고교에 지원하겠다고 해서 처음엔 말렸죠. 김제의 가까운 학교에서 좋은 내신성적을 받으며 공부해도 되는데 싶어서요. 하지만 저도 학창시절 맘껏 하지 못한 공부에 한이 맺혔던 터라 소라 의견을 따르기로 했어요. 다행히 합격해 원하는 학교에 다니게 됐지만 생각처럼 성적이 나오지 않아 힘든가 봐요. 전주가 교육도시잖아요. 교육열이 상당히 높더라고요. 과외 등 사교육도 많이 받는다고 하고요.”

언니 김유리씨도 소라가 걱정되기는 마찬가지. 가야금을 공부하는 자신 때문에 형편상 동생은 학원을 맘껏 다니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김씨는 “소라가 욕심은 많은데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속상해한다”며 “울면서 공부하는 동생이 안쓰러웠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여러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프로젝트팀의 상담을 받게 된 소라는 “이런 좋은 기회를 얻게 돼 무척 기쁘다”며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진지한 얼굴로 프로젝트팀의 이야기를 들은 소라는 상담 후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그동안 성적이 오르지 않아 ‘난 안 되는구나’ 생각하며 짜증만 냈어요.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공부하다 보니 이런 것들을 왜 배우나 하는 의문도 들었고요. 그런데 선생님들 말씀을 듣고 나니 그게 잘못됐다는 걸 알았어요.”

어머니 최씨는 소라를 위해 애써준 시·도 관계자들을 만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하며 “도와주신 만큼 소라가 잘할 수 있도록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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