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돈모아 구조조정 대상사업부 '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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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은 사업부문을 해당 직원들이 퇴직금 등을 모아 인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일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에서 새로 발족한 ㈜동양인더스트리가 화제의 회사. 플라스틱 컵과 접시.요구르트 용기등의 원료를 만드는 이 회사는 얼마전까지만해도 효성그룹의 계열사인 효성 T&C의 한 사업분야였다.

그러나 그룹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으로 극심한 불황에 허덕여 온 이 사업부는 정리대상 1순위로 선정됐다.

더구나 대기업에 속해 있어 다른 중소업체에 비해 임금과 보너스가 상대적으로 높고 복지혜택등 간접비용도 많아 경쟁력이 매우 약해진 상태였다.

그룹에선 당연히 이 사업부를 매각할 방침을 세웠고 현금을 일시불로 주고 사겠다는 인수희망업체도 3, 4군데나 됐다.

사업부가 다른 업체에 넘어간다면 23명의 직원 대부분이 정리해고될 것은 뻔한 상황. 직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아예 사업부를 직원들이 자체 인수해 독립회사로 만들자는 묘안을 내게 됐다.

그룹에서도 직원들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일시불로 매각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는 당장 손해가 나더라도 직원들을 정래해고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기계값 3억9천만원중 계약금 1억원만 낸 후 나머지는 매년 나누어 갚기로 하고 직원들에게 사업부 전체를 넘겼다.

또 공단 부지도 주변 부지의 절반 가격으로 빌려주기로 했으며 공장에 있던 원자재는 쓰는 양 만큼 어음을 끊어 4~6개월 후에 갚기로 했다.

직원들은 퇴직금과 그동안 부어 오던 적금을 털어 인수자금 1억원을 마련했다.

사업부 부장으로 있다 졸지에 사장이 된 최영철 (崔暎澈.47) 씨는 "임금을 이전보다 30%이상 줄였지만 정리해고의 위험에서 벗어난 직원들의 사기는 자정까지 근무가 기본일 만큼 의욕으로 충만해 있다" 며 "새로운 페트병 라벨등 신제품 개발로 불황을 뚫고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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