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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상담을 전문가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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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부 관련 전형이 늘어나고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서 수험생들은 국내외 대학 진학을 동시에 준비하기 쉽게 됐다.

<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

우리나라와 미국 간 대학입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국내 대학입시 준비로 해외 대학 진학까지 겨냥할 수 있는 길이 모색되고 있다. 외국어능력우수자를 뽑는 국제학부 관련 전형들에 입학사정관제가 속속 도입되면서 리더십·잠재력·수상경력·과외활동 등 특기적성을 중시하는 미국 대입전형과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이 국내 입시 준비 도중에 해외 유학으로 방향을 바꾸는 부담이 줄어 두마리 토끼를 쫓을 수 있게 됐다.MY STUDY는 실제 수험생의 학습이력을 분석, 국내 대학과 미국대학 진학을 위해 갖춰야할 조건은 무엇인지 비교해 봤다. 외국어 우수자를 선발하는 국내 국제학부들의 입시경향 변화와 미국대학들의 학생선발 방식의 차이점도 함께 진단했다.

< 박정식·라일찬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국내대학 외국어 우수자 전형은…영어보다 인성평가서 당락 갈려
미국 대학 입시 전형은…독특한 가치관배경 가져야 유리

평가비중 어학능력에서 활동·자질로 이동
대학입시에서 선발방식 자율화와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가 외국어능력우수자 선발전형의 확대다. 고교 졸업생들의 외국 대학 진학과 국내 대학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의 증가,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목고 확대가 그 배경이다. 이 같은 수요를 위해 마련된 것이 흔히 ‘글로벌 전형’으로 불리는 선발방법이다. 어학특기자·국제화·글로벌리더 등 다양한 형태로 실시되고 있고, 최근엔 국제학부까지 설치하는 대학도 늘고 있는 추세다. 지원자격은 흔히 공인 외국어성적을 기본으로 한다.

외국어능력우수자 전형의 경우, 외국어성적이 높은 지원자가 많고 관련 대회도 많다. 이 때문에 일정 기준 이상만 되면 시험성적이나 수상실적은 기본 지원자격일 뿐, 당락에 대한 영향력이 작아지기도 한다. 응시자의 공인영어시험 점수가 대부분 상급 수준이면 학생부·면접·에세이·논술 등이 당락을 좌우한다. 이것은 대학들이 최근 비교과 영역 반영을 높이는 쪽으로 선발방법을 바꾸는데서 알 수 있다. 영어 능력보다 학업적성(인성) 평가에 비중을 더 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연세대 글로벌리더 전형에서 토플(CBT)만점인 학생은 불합격한 반면, 토플 성적이 273점이지만 수상실적 등 비교과와 면접 준비를 충실히 한 학생은 합격했다.2010학년도 입시에선 이런 변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형에 입학사정관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선발기준을 외국어성적·면접 등 어학특기보다 다양한 관련 활동과 잠재력에 두겠다는 뜻이다.

국내대학 진학 준비로 외국 대학도 겨냥
이런 변화는 국내 대학의 선발제도가 외국 대학을 닮아가고 있음을 뜻한다. 외국 대학들은 학생을 선발할 때 영어수업 수행능력·학업성적·표준시험성적·과외활동·개인경험·수상경력·에세이·추천서·인터뷰 등을 요구해 왔다. 국내 고교과정에서 이를 준비할 수 있는 학교는 외고 국제반 정도였다. 그런데 외국 대학 입시와 비슷한 글로벌 전형이 확대되면서 동시에 외국대학 지원 준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외국어 능력을 겸비한 국제적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잠재력을 국내 대학 입시에서도 평가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전형들 대부분이 대입수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반영하지 않아, 외국 유학 준비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준 점도 글로벌 전형의 인기를 부추기고 있다.

청솔학원 이종서 입시컨설팅이사는 “특목고 내 국제반과 국내반 간 진학 경계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국내 입학사정관제가 미국의 입학사정관 전형과 똑같은 방향으로 운영될 가능성은 적다”고 예측했다.

국내 입학사정관제는 소개서·추천서를 통해 잠재력을 평가하는 미국식 교육체계와 달리, 실적을 입증하는 서류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만 입학사정관제가 대학의 자율권 확대와 맞물려 나아간다면 국내 대학입시와 미국 대학입시 간 공통분모가 많아져, 현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 간 입시 준비의 이원화가 점차 희미해질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 평가, 점수보다 노력·성취도 심사
미국대학이 신입생을 뽑는 기준은 크게 교과적·비교과적 요소로 나뉜다. 교과 요소는 학교성적(GPA)·SAT I·SAT II·AP성적 등이며, 비교과 요소는 특별활동 등 경력과 자신을 소개하는 에세이로 구성된다. 이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대학의 자율권이 상당부분 허용돼 있어, 객관성·투명성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심사자가 재량권을 갖고 주관적 평가를 내릴 여지가 크다.

이 때문에 미국 대학입시는 각 항목에 대한 가중치나 평가 방법에 일률적 기준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굳이 수치로 객관성이 입증된 교과부문을 갖고 미국대학의 평가기준을 살펴본다면, 우리나라 수능에 해당되는 SAT I 점수가 미국대학 수험생들의 학습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일반적 기준으로 활용된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SAT I 중에서도 독해(Critical Reading)와 수학(Math) 점수를 중요하게 여긴다. 2007년 기준, 아이비리그 대학을 포함한 미국 명문대(리버럴 아트 컬리지 포함) 입학생들의 25~75% (100명 기준 75등에서 25등)가 두 과목 점수의 합이 1300~1600점 사이다. 예일대의 경우 1390~1580점이다.

미국 시사주간지인 U.S.News and World Report의 대학 순위에서 71위인 WPI(Worcester Polytechnic Institute)도 1190~1380점대다. 절대적 평가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SAT I 점수만 보면 WPI 입학생 상위 25%가 예일대 입학생 하위 25%보다 뒤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또 같은 학교의 입학생 간 점수 격차도 크다. 이는 SAT I 성적과 명문대학 합격 사이의 상관관계가 적음을 의미한다.

시그마에듀케이션의 김형범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의한 공립고가 지난 7년간 아이비리그대 지원자들의 SAT I 성적과 합격여부를 분석한 결과, 독해와 수학 점수의 합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그 이상의 점수는 합격에 별 영향을 주지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특히 두 과목 만점(1600점)자중 합격자보다 불합격자가 더 많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前 스탠퍼드대 입학사정총괄부학장 존 라이더 박사는 “미국 대학은 교과분야를 시험점수로 평가하기보다 이면에 숨겨진 내용을 해석해 학생이 얼마나 배움의 과정을 경험했고 도전과 성취도 향상이 있었는지를 심사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고교 교과과정에 없는 세계사를 혼자 공부해 AP점수가 5점이 나왔다면 이는 진정한 배움의 과정과 경험이 없는 단순한 시험 준비 및 결과에 불과하다고 판단, 만점을 받아도 평가 절하된다는 설명이다.

독특한 자기세계와 꾸준한 실천력 가져야
그렇다면 미국 명문대 합격의 결정적 요소는 무엇일까. 존 라이더 박사는 미국 대학의 교육가치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 대학 수업은 교수와 학생 간 토론은 물론 학생 간 토론·발표·공동과제 수행 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생들로 반을 구성해 어떠한 이슈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점과 의견이 나오도록 하는 교육환경을 만드는데 목적을 둔다”고 말했다. 즉 미국 대학들은 독특한 가치관과 배경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데 초점을 둔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모든 지원자들에게 ‘왜 당신을 선발해야 하는가’ ‘당신은 합격되면 우리 대학이나 수업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이유다. 김대표는 “지원자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특한 자기 세계를 갖고 있으며 자신이 가장 즐겁고 열정적으로 생각하는 관심사를 계속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에세이를 통해 알리는 것이 합격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정신세계와 에세이는 청소년의 소박함과 진정성으로 채워져야 한다”며 “순수한 동기로 남보다 일찍, 보다 지속적으로 실천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자료제공=청솔학원·시그마에듀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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