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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조 국방, 할말 안 할말 못 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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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군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보고 누락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그간 몇차례 굽이쳤었다. '허위 보고'→'북한의 기만 교신'→'단순 보고 누락'으로 발표 내용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당의 입장도 바뀌었다. 열린우리당은 초기 군에 대해 깊은 불신을 보였다가 한발 물러났다. 한나라당은 북한의 침범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점차 군을 두둔하는 목소리를 키워갔다. 그러다 양측 모두 23일 국방부의 조사 발표(단순 보고 누락)를 대체로 용인하는 모습까지 보였었다.

하지만 조영길 국방부 장관이 24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 "사격중지 명령이 내려질까봐 교신 보고를 고의로 빠뜨렸다"고 하자 다시 소용돌이가 일었다. 여야 모두 바로 원래 입장으로 돌아갔다.

당장 국방위에서 부닥쳤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은 "(장관의 말이 맞다면) 중징계 감이다. 경고를 하고 무슨 이런 정도에서 끝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일각에서는 금번 수사의 목적이 남북 장성급 회담에 찬물을 끼얹은 군을 길들이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있다"며 "남북 간 긴장완화를 위해 북한의 침범행위를 다소 용인해도 무방하다는 뜻인가"라고 따졌다.

국회 밖에선 열린우리당 안영근 제1 정조위원장이 "2002년 서해교전으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우리 군 내부에 복수심리가 있었을 수도 있어 이해하고 감싸려 했는데 벌써 세번째 말을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형식 부대변인은 "중대한 군기문란으로 엄중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논평도 냈다.

하지만 25일 열린우리당 내 기류가 바뀌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경징계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다시 사태가 불거지는 데 대한 부담 때문인 듯 불만을 감추며 조기수습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현미 대변인은 "허위보고 사실로 드러나 엄중한 문책이 있어야 할 사안이나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한다"며 "군은 대통령의 뜻을 깊이 헤아리라"고 수위를 낮췄다.

한나라당은 계속 정부를 불신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군인이 정치적 판단까지 하도록 만든 데 대해 정부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쏘았다. 전여옥 대변인은 "처음 보고 누락이냐 아니냐를 놓고 성을 내고 보고 누락 사실을 확인하고는 언제 그랬느냐며 서둘러 봉합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만큼 국민을 불안케 하는 안보불안은 없다"고 주장했다.

여야 모두로부터 조 장관의 발언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관이 할 말 안 할 말을 가리지 못해 다시 시끄러워졌다"(열린우리당 모 의원), "부하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으려 한 국방장관이 큰 실수 했다"(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는 것이다.

김정욱.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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