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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이 권하는 '문화휴가' 보내기]전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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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느 시인은 이 지상에서의 삶을 '소풍' 에 비유하곤 했다.

하지만 우리네 삶은 격투처럼 살고 있지 않은지. 꿈처럼 기다리던 휴가 조차도 전쟁 만큼이나 치열했던 잔해 같은 기억들로 가득 차기 일쑤였다.

이제 내밀의 휴식, 조용한 자기찾기의 휴가 방식도 개발할 일이다. 그 중 하나가 미술관 순례이다. 돈으로 시간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무한한 감동과 평화를 그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오랜만에 사랑하는 사람들 끼리 한데 모이고 한 권의 '시집' 이라도 옆구리에 낄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이 무더위에도 좋은 전시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것은 높아진 우리의 예술, 문화적 관심을 반영한다.

심수관가 (家) 의 도예전인 '4백년만의 귀향전' (8월10일까지 일민미술관) 은 예술의 민족정체성과 문화교류의 의미를 다시 생각케한다. 우리 도자기와 일본의 것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좋다.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는 '강운작품전' (31일까지) 이 열리고 있고 '치유로서의 미술/미술치료전' (21일부터 9월5일까지) 이 열릴 예정이다.

하늘과 구름을 자기의 심상으로 재구성한 강운의 그림들은 미술관 안에서 어떻게 참다운 마음의 휴가를 만날 수 있는지 가르쳐 준다.

미술치료전 또한 미술관 테라피를 다루고 있어 그림과 정신성을 함께 볼 수 있다.

아트선재센터의 개관전인 '반향전' (29일까지) 은 우리 근대미술의 발전사와 변화속도의 빠름을 함께 느끼게 한다.

청와대 뒷산 창의문을 지나면 환기미술관의 '출판과 미술전' (8월2일까지) 을 만난다.

출판물에 나타난 미술의 양태가 다채롭고 '세계는 한 권의 아름다운 책을 위해 존재한다' 는 말을 실감케한다. 열린 건축공간, 창을 통해 틀어오는 낙락장송의 품위도 높거니와 그 주변의 북악 스카이웨이 드라이브도 일품이다.

호암갤러리의 '조선후기국보전 (10월11일까지) 을 본 후 덕수궁 돌담길도 좋거니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 안도 다다오 건축전' (29일까지) 의 감동을 안고 청계산 등정도 해볼 일이다.

문화의식은 훈련을 통해 형성되고 한 번 심어지면 계속 자란다. 문화를 즐길 줄 안다는 것은 정신적 낭비를 줄이는 길이다.

자기 정체성의 확실한 담보이고 예술은 즐기는 자의 몫이다.현실로만 살지말고 때로 꿈으로도 사는 것을 연습하자.

이석우 (경희대 교수·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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