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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구조조정은 모두의 아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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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불경기 (recession) 란 당신의 이웃이 실직한 때를 말합니다.

불황 (depression) 이란 당신이 실직한 때를 말합니다.

경기회복 (recovery) 이란 지미 카터가 실직한 때를 말합니다. " 80년 카터 전 미대통령에게 대권 도전장을 내밀면서 로널드 레이건이 재치있게 설파한 말이다.

레이건의 정의를 빌리자면 우리 사회는 불경기를 넘어 이미 오래전 불황의 국면으로 접어든 듯하다. 다만 의심스러운 것은 현정권이 5년후 '실직' 한 뒤에도 과연 경기회복이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최근 정부는 한시적으로 재정지출을 확대,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실업문제에 적절히 대처함으로써 경기회복을 앞당기겠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경제 기반이 모조리 붕괴하고 말 것이란 위기의식이 나라 안팎에 팽배해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 (KDI) 은 낙관론과 비관론에 입각한 두가지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전자는 2000년 이후 재정적자가 감소추세로 반전하며 우리 경제가 회복기로 접어드는 것이고, 후자는 앞으로 10년 이상의 장기간 동안 적자재정과 불황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KDI 관계자는 "후자의 경우는 생각하기도 싫지만 더욱 개연성이 높은 게 사실" 이라고 토로했다.

전자의 낙관적 시나리오는 구조조정이 당초 일정에 따라 내년까지 모두 마무리된다는 전제조건 아래 짜여진 것인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작지 않나 우려된다는 것이다.

금융은 금융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공공부문은 공공부문대로 구조조정의 대상들이 저마다 반발하며 원활한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요사이 정부 과천청사 앞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이해당사자들이 몰려와 "왜 우리만 구조조정의 피해를 보아야 하느냐" 며 온종일 시위를 벌인다.

졸지에 직장을 잃고, 월급이 깎이고, 투자금액이 날아가버린 아픔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온국민이 함께 겪는 아픔이다.

그리고 신속한 구조조정은 지금 시점에서 경기회복이라는 '만병통치약' 을 가져와 고통의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낙관적 시나리오와 비관적 시나리오, 장차 어느 쪽이 현실화하는가는 우리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달려있다.

그 점을 잊지말자.

신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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