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식생활교육지원법이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6면

의식주 중에 식이 으뜸이라지만 ‘밥’ 식(食)자가 들어간 법률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식의 문제에 관한 한 모법(母法)은 1962년 1월 20일에 공포된 식품위생법이다. ‘모든 음식물을 말한다, 단 의약으로서 섭취하는 것은 제외한다’는 식품에 대한 정의도 이 법 2조에서 내려졌다. 그 후 학교급식법(81년)·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2002년)이 상당한 시차를 두고 제정됐다. 그러다가 최근 1, 2년 새 ‘식’과 관련된 세 가지 법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했다.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2008년 3월)·식품안전기본법(2008년 6월)·식생활교육지원법(2009년 5월)이 그것이다. 이는 우리 국민의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반영한다.

셋 중 ‘막내’인 식생활교육지원법은 6개월의 경과 기간이 지난 올해 11월 28일부터 시행하도록 돼 있다.

식생활 교육을 법제화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2005년)밖에 없으나 만시지탄이란 느낌이다. 여성의 절반이 경제 활동을 함에 따라 밥상머리 교육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식생활의 서구화, 외식 증가 등으로 인해 초·중·고생의 비만율이 지난해 11.2%에 달한 것도 식생활 교육이 절실·시급해진 요인이다.

전통 음식에 대한 관심·애정이 사라지는 것도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국내에선 홀대받고 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90년 119.6㎏에서 지난해 75.8㎏으로 급감한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식생활교육지원법은 입법 과정에서 날개가 몇 번 꺾였다. 원래는 식생활교육기본법을 계획했으나 지원법으로 축소됐다. 총리가 주관하는 일본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전문가가 많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 소관으로 귀결됐다. 이 법의 성공을 위해 다음 7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범부처적 협조체제를 갖출 것. 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가족부 등이 자기 일처럼 나서는 것이 성패를 가를 것이다. 핵심 식생활 교육 인력인 영양교사가 교과부 소속이고, 식품안전 교육·영양교육 등은 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문이다.

둘째, 가능한 한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작할 것. 늦어도 유치원·어린이집 어린이부터 교육해야 ‘세 살 버릇 여든 갈 수 있다’.

셋째, 조직을 단순화할 것. 식생활 교육을 계획·심의하는 조직으로 국가식생활교육위원회와 녹색식생활국민운동본부를 구상 중이라고 들었다. 차이가 불분명한 두 조직을 가동시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이유는 없다.

넷째, 목표를 분명히 정할 것. 일본이 식육기본법의 시행과 동시에 5년 후의 9대 목표를 발표한 것은 참고할 만하다. 청사진과 함께 우리 국민이 공감할 만한 슬로건도 제시하면 좋겠다. 프랑스가 ‘국민에게 미각을 되찾아주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듯이.

다섯째, 식농(食農) 교육에만 치우치지 말 것. 농식품부가 주관 부서이다 보니 식생활 교육이 자칫 로컬 푸드 권장, 학교 급식에 지역 농수산물 공급 확대, 농어촌 현장 방문 등 농(農)을 너무 강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영양 교육·식품안전 교육·요리 실습 등에도 소홀하지 않아야 균형 잡힌 식생활 교육이다.

여섯째, 지도자 양성, 교재 개발에 힘쓸 것.

일곱째, 다양한 이벤트를 개발할 것. 일본은 매달 19일을 ‘식육의 날’로 정해 부모와 함께 식사하기 캠페인을 벌인다. 또 매년 6월 19일엔 식육 추진 전국대회를 연다. 프랑스는 해마다 10월 둘째 주를 ‘미각 주간’으로 정해 프랑스 요리 행사를 개최한다. 이런 이벤트는 식생활 교육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끈다.

박태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