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단 끝난 IMF 고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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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통화기금 (IMF) 의 고금리 정책에 따라 한때 연리 35%까지 올렸던 환매조건부채권 (RP) 금리가 다시 지난해 8월 수준인 11.8%로 내렸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금리는 정상을 되찾았고 'IMF고금리' 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해소됐다.

RP금리는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사이에 이루어지는 이른바 공개시장조작 (公開市場操作) 금리다.

이 금리는 시중금리를 결정하는 단기적 표준이 된다.

IMF 정책이 파격적 고금리 정책을 쓴 까닭은 원의 대 (對) 달러 환율이 국내외의 투기적 원화투매 (投賣) 때문에 균형을 벗어나 계속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부차적으로 총수요를 줄이고, 한계기업의 부채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늘림으로써 그런 기업을 강제로 퇴출시키고 구조조정을 촉진하자는 데 목적을 두었다.

그동안의 초고금리 정책은 지금 와서 보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아직 장기적인 안정을 찾았다고 말하기는 이르나 IMF 구제금융, 단기외채의 장기화, 경상수지의 흑자전환, 여기에다 앞에 말한 고금리 정책이 주효해 대달러 환율은 1천2백원대에 안정됐다.

한편 그동안 금융기관은 시중에서 상대적으로 싼 예금을 모아 한국은행의 고금리 RP를 매입함으로써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게다가 이 돈을 기업에 대출했을 때와는 달리 한은의 RP는 대손 (貸損) 위험이 전혀 없었으므로 국제결제은행 (BIS) 의 안정성 조건 최고점수를 받는 자금운용을 했다.

그러나 이런 고 (高) RP금리 정책은 중대한 부작용도 함께 가져 왔다.

시중은행을 새로운 도덕적 해이에 빠뜨렸다.

위험 없는 엄청난 고금리 RP에 투자하는 재미를 보느라고 기업 대출을 극도로 경색시켰다.

게다가 2000년까지 예금의 원리금을 정부가 보장하겠다고 선언한 뒤여서 은행은 아무런 위험부담 없이 예금금리마저 크게 올려 시중돈을 끌어모았다.

돈은 한은과 금융기관 사이에서만 주로 움직였다.

사실 IMF의 고금리정책은 목적을 과잉 달성했다.

올 상반기 성장률이 목표를 넘어 마이너스 5%선에 이른 것은 '과잉살상' 이었다고 아니 할 수 없다.

금리가 정상으로 환원된 지금부터 예금은 우량은행에 몰리고 수신금리도 우량은행에는 낮아지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부실은행은 살아 남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 금융개혁은 속도를 더 올려야 한다.

금융개혁의 진행이 느리면 그동안은 기업에 대한 대출 경색과 경제성장률 침체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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