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의원인지 운동원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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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의도에서 국회의원을 보기 어려우면 보선지역에 가면 된다. 어디 할 것 없이 금배지 풍년이다. 본지 기획취재팀이 집중취재한 광명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적어도 10만명 이상의 유권자를 대표하는 '헌법기관' 인 의원들이 여기서는 말단책임자다. 한나라당을 보자 안상수 (철산2동).이사철 (하안1동).이신범 (강서을).이윤성 (하안3동).맹형규 (하안4동).이우재 (소하1동).김문수 (소하2동).제정구 (학은동) 의원 등 광명을 선거구에 포함된 8개동의 책임자를 전부 현역의원으로 임명했다.국민회의도 마찬가지다.

특히 총재권한대행인 조세형씨가 후보로 나선 국민회의의 선거대책기구는 중앙당조직을 방불케 한다. 선거대책본부말고도 선거기획단과 중앙지원단을 별도로 운영하며 대변인과 비서실까지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중앙당의 관심과 국회의원들의 가세가 선거과열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선거운동규정을 무시하는 불.탈법과 금품.향응제공, 인원동원 등이 대부분 이들 국회의원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혐의를 갖고 있다" 고 지적하고 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의원 한 명이 맡은 곳은 유권자 1만~2만명에 불과한 좁은 지역이다.

인근지역의 원외위원장을 부 (副) 책임자로 두고 스스로 자금을 만들어 뿌려 대며 통.반조직을 가동한다면 이 지역이 '전쟁통' 이 돼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더구나 현역의원이라는 '위세' 때문에 선관위가 단속하기도 어렵고 불.탈법 선거운동을 지적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물론 선거에 나서는 중앙당이 그만큼 절박한 사정인 것은 이해한다.

향후 정국운영의 주도권, 정계개편의 폭과 방향, 후보 개인의 정치적 명운이 달려 있는 만큼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정이 '중앙이 지방을 망치는' 명분은 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여야는 민생은 외면한 채 의장단 구성도 못하고 있는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 전념하기를 권한다.

김교준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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