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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세 악화 인한 원격 요양 통치냐 후계에 기회 주는 배려 정치냐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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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호 06면

김정일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원산 별장의 위성사진. 위원장 전용 별장과 가족 별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있어 동부 지역을 현지 지도할 경우 김 위원장이 거점처럼 사용하는 곳이다. 북한민주화위원회 제공

김정일 위원장의 ‘원산 장기 체류’는 특이 동향이며 이상 기류다. 조금 더 머물면 ‘평양 부재’ 기간이 이라크전 이후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일 평양 부재’ 두 가지 시나리오

‘원산 체류’는 한·미 당국이 김 위원장의 동선 파악에 늘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드러나는 사실이다. 그의 동선은 1급 관심 사항이다. 통신감청, 군사 위성 추적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된다. 군사 위성은 전용열차를 비롯, 김정일의 운송 수단은 특별 감시한다. 전용 열차도 평양 역을 떠나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집중 추적된다. 북한 대부분을 커버하는 일본 홋카이도 소재 미국의 대북 감청 장치도 큰 몫을 한다. 원산 장기 체류도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오는 판단이다.

김 위원장의 원산행은 잦았다. 지난해 ‘와병 뒤’ 함경도 등 동부 지역을 찾을 경우 원산은 거점이었다.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도 김 위원장이 원산 별장을 자주 찾았다고 했다. 전용 별장과 가족 별장, 낚시터 등 휴양시설을 잘 갖춘 이곳을 찾는 것이 특이한 행태는 아니다. 문제는 왜 장기 체류하느냐는 점이다. 두 방향의 분석이 대두된다

첫째는 ‘후계 지명자’로 알려진 김정운에게 통치 경험을 할 기회를 준다는 ‘배려 정치’다. 평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원산에서 아들의 국가 경영을 지켜보며 노련하게 원격 지원한다는 것이다. 아버지 없는 공간에서 정운이 권력을 행사할 경우 본인에겐 통치 경험이 되며, 통치 구조를 인수받는 기회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최근 중국·일본의 북한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했는데 김정운 후계설에 대해서는 한국과 온도 차이가 있다”며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 김정운 후계설은 비약 과장처럼 보이며, 따라서 배려 정치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김정일 위원장의 병세 악화에 따른 요양설이다. 이른바 요양통치다.
복수의 소식통은 “김정일의 병세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한 소식통은 “베이징에 오는 북한 외교관의 입에서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이 더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원산 체류가 악화된 병세 치료보다는 요양일 가능성에 더 비중이 두어진다. 두 소식통은 “김정일을 위해 외국 전문의가 북한을 방문했다는 정보가 입수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심각한 병세 악화라기보다 안정적 요양 쪽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김정일이 앓은 것으로 추정되는 뇌졸중은 찬바람이 불면 재발할 가능성이 있어 주목 중”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원산 체류에 관한 얘기를 들어왔다”며 “사실이면 위원장이 이번 기간을 건강 회복 시기로 잡았을 가능성을 의미하며 원산에는 요양과 휴양을 겸해 장기 체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실제로 김정일이 과거 원산의 화력 시범에 참가한 적은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위성으로 위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 평양의 통제소에 있었던 김정일이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지휘를 위해 원산에 장기 체류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에서 설득력이 적다. 오히려 통치력 과시에 열중하는 김정운의 ‘강공 드라이브’로 해석할 여지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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