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홍희표 '홍도 여기에서'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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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바다에 오니 산이 더 보인다

아, 산자락에 흩어지는 원추리꽃

……

섬에 오니 뭍이 더 보인다

아, 어화 (漁火)에 출렁이는 목화밭

태풍에 갇힌 홍도의 무지개문

홍도에 갇힌 노래소리 보인다

홍희표 '홍도 여기에서' 중

대전의 한밭시인 홍희표 (洪禧杓.52) 는 늘상 죽은 박용래 쪽으로 팔짱 끼고 간절하기만 하다. 그러다가 훌쩍 떠나 지리산 뱀사골 아니면 선유도에 건너가거나 큰맘 먹고 홍도에 이르러 태풍에 막힌다.

그런 곳에서 무던히도 볼 것을 보아 바다에서의 산, 섬에서의 뭍에 그의 정과 한을 다 보태어 서럽다. 가는 세월일수록 무디어지지 않고 가슴 떨리는 사람.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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