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보다 현금거래 고객 우대 업소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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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모 정유업체의 주유카드 (신용카드사와 제휴한 것) 를 사용하는 鄭병국 (32.회사원.달서구본리동) 씨는 최근 대구수성구 S주유소에서 자동차 기름을 넣다 주유소 벽에 걸린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현금주유시 1ℓ에 1천50원' '카드주유시 1천75원' 이라고 써 있었기 때문이다.

가격 차가 너무 나 직원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카드로 기름을 넣을 경우 카드 수수료까지 물어야 하기 때문" 이라고 냉랭하게 답했다.

주유소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고객유치를 위해 주유카드를 발급하고 카드 이용 고객에 값을 깎아주는 업체들이 많았다.

아직 이런 주유소도 있다.

그러나 최근 신용카드 보다 현금 거래를 더 좋아하는 업소들이 슬슬 늘어나고 있다. 설사 고객과 매출이 줄더라고 실리를 찾겠다는 업체들이다.

주유소뿐만 아니라 옷가게.술집.숙박업소등에도 이런 업소가 증가추세다.

최근 바겐세일을 하고 있는 포항시북구의 A의류가게는 10만원짜리 청바지를 50% 싼 5만원에 팔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금을 낼 경우다. 신용카드를 내면 5만5천원을 받는다.

대구수성구의 A주점을 비롯한 술집들과 상당수 이 지역 숙박업소들도 카드손님에게는 가격의 10%정도를 더 받고 있다.

신용카드로 대금을 치를 경우 수수료를 업소가 부담해야 하고 판매실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세금도 더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A주점 주인 金모 (35) 씨는 "요즘 모든 가게들이 술값을 내리고 있어 남는게 별로 없다" 며 "그래서 지난달부터 현금고객을 우대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신용카드 수수료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소비자들에 떠넘기기 일쑤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거래은행에 부담하는 수수료는 업종에 따라 판매금액의 3~5%선. 그러나 이들 가게가 카드로 요금을 내는 소비자들에 부담시키는 금액은 많게는 10%를 넘는다.

IMF한파가 신용질서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연맹 대구지부 양순남 (楊順南) 간사는 "신용카드회사들 마다 '가맹점은 소비자에게 수수료를 전가할 수 없다' 는 규약을 만들어 놓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행위는 규약 위반"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가 수수료를 물었을 경우 카드회사에 고발하면 부담한 수수료를 돌려 받을 수 있다" 고 말했다.

대구 = 홍권삼.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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