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소기업, 40년 쌓아온 기술에 도전정신 더하니 세계시장의 ‘히든 챔피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울산시 매암동에 있는 송원산업 공장. 대형 화학반응기들로 가득한 공장을 안내하던 이 회사 김옥근 상무는 “겉보기에는 다른 화학공장과 비슷해 보여도 44년 전통의 전문업체 노하우가 곳곳에 배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화학물질이 반응기에서 건조기나 탈수기로 이동할 때 일반적으로 수평이동을 한다. 그런데 이 공장은 반응기를 높은 곳에 설치해 화학물질을 옮길 때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출하를 기다리는 산화방지제 겉면에는 영어·일어·스페인어 등 6개 국어로 사용설명서가 붙어 있었다. 이 회사는 1965년 설립 이래 화학제품 한 분야에만 집중해 왔다. 산화방지제 분야에서는 스위스 업체 CIBA에 이어 세계 2위다. 산화방지제는 합성수지를 만들 때 들어가는 첨가제다.

이 회사 기술연구소의 김상하 소장은 “40년 넘게 쌓아온 노하우가 경쟁력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산화방지제 시장은 송원산업과 함께 스위스의 CIBA, 미국의 켐투라가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한다. 김 상무는 “CIBA가 독일 BASF에 합병 예정이고, 켐투라는 자금난으로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상태라 우리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송원산업은 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작은 기업 중 하나다. 이른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기업이다. 『히든 챔피언』의 저자인 독일의 헤르만 지몬 박사는 최근 한 강연회에서 “한국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히든 챔피언 기업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강소기업들은 세계시장을 누비는 한국 대기업의 뒤를 받쳐주는 ‘동생 기업’이기도 하다. 더구나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경기 침체를 조기에 탈출하는 데 이들 기업이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강소기업은 원래 한 해 수출 1억 달러 이상의 역량이 있는 중소기업을 말하는데 현재 140여 개 기업이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이준호 연구위원은 “강소기업은 탄탄한 기술력과 세계시장을 향한 도전정신이 결합해 탄생하는 것”이라며 “정부도 이들이 잘 클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린더 라이너 제조업체인 케이프는 최근 1000억원을 투자해 경남 양산에 공장을 새로 지었다. 기존 공장으로는 주문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새 공장 준공으로 실린더 생산능력이 연 2500개에서 5000개로 늘었다. 실린더 라이너는 대형 선박에 장착되는 엔진의 핵심 부품이다. 피스톤이 왕복 운동을 하는 통로이자 분사된 연료가 압축·폭발하는 공간이다. 피스톤의 왕복운동에 대한 내구성과 압축·폭발에 견딜 수 있는 내열 변형성, 내식성이 요구되는 고가 제품이다. 두산엔진, 현대중공업과 다국적 엔진업체인 바르칠라에 실린더 라이너를 공급하고 있는 케이프는 세계시장의 25%를 점유한다. 일본의 동아공기에 이어 세계 2위로 꼽힌다. 실린더 안쪽의 직경 90cm 이상 초대형 실린더 라이너 시장에서는 케이프가 1위로 손꼽힌다. 지난해 340억원이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46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 강효종 상무는 “이른 시일 내에 일본의 동아공기를 제치고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계부품업체 S&TC는 열교환기 분야에서 세계 3위 업체다. 세계시장 점유율 20%대로 프랑스의 GEA-BTT, 미국의 허드슨의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열교환기의 핵심 부품인 고주파 핀튜브 제조 관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S&TC는 올 1분기 매출 508억원에 영업이익 139억원을 올려 2002년 이후 분기 매출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매출의 80% 이상이 수출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S&TC는 5월 이탈리아 사이펨과 103억원 규모의 열교환기 공급 계약을 했다. 올 들어서만 4곳의 해외 업체와 공급계약을 했다.  

이희성·염태정 기자

한국 기업의 힘 ① 나만의 기술, 세계 시장 잡는다

한국 기업의 힘 ② 틈새시장 개척으로 위기 넘어 대박 터뜨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