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국민부담,효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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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면한 금융산업의 구조조정과 실업.빈곤문제 등에 적절히 대처키 위해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기로 방침을 정했다.

올해 잡힌 재정적자 규모만 해도 국내총생산 (GDP) 의 4%인 17조5천억원. 그간의 균형재정 기조를 완전히 이탈하는 '모험' 이지만 현시점에서 우리 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선택에 대해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과감한 재정투입으로 경제가 조속히 정상화되리라는 낙관적 시나리오와 경기회복은커녕 적자재정이 고착화돼 국민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선순환 시나리오 = 효과적인 재정지출로 금융 구조조정이 조기에 확실히 마무리된다.

이에 따라 신용경색이 풀리면서 기업부도가 주춤해지고 그 결과 산업기반 붕괴와 실업 급증을 막아 경기가 회복된다.

여기에다 공기업 민영화.정부 개혁 등 재정지출을 줄일 수 있는 조치가 잇따른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은 최근 발표한 '98~99년 재정운용방향' 에서 모든 여건이 충족될 경우 재정적자 규모가 내년까지 늘어나다 2000년 이후엔 감소세로 반전 (그래픽 참조) , 2005년께는 균형재정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 GDP 대비 정부보증채권 및 적자보전용 국채비율도 2002년까지 20~30%에 이르다가 그후 안정적으로 감소하리란 예측이다.

◇ 악순환 시나리오 = 금융 구조조정이 지연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실한 기업까지 부실화, 부실채권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1백조원보다 더욱 늘어난다.

게다가 성업공사가 경기침체로 부실채권 유동화에 애로를 겪으면서 재정지원을 더 늘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같이 재정적자가 누증되면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고 국채증가는 이자부담 증가로, 이자부담 증가는 재정적자 확대로 악순환이 이어진다.

또 재정적자 누적에 따라 국가신인도가 떨어지고 정부 및 민간기업의 외자조달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실제로 많은 선진국들이 이같은 악순환으로 정부의 GDP 대비 이자부담이 80년 평균 1.5%에서 95년엔 3.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최악의 경우 재정적자가 2000년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고 2001년 27조원, 2002년 29조원으로 매년 증가하며 장기 고착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 악순환을 막으려면 = KDI 문형표 (文亨杓) 연구위원은 "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장기 재정적자로 고통을 겪고 있다" 면서 "경기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정부의 강력한 재정긴축 의지가 맞물려야 적자탈출에 성공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가장 확실한 경기부양 대책인 금융구조조정에 우선순위를 두어 적기에 재정을 투입하되^보호대상 예금범위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대지급을 최소화하고^증자지원시엔 보통주보다 후순위채권을 매입해 조기상환을 유도하는 등 '도덕적 해이' 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또 구조조정에 따라 실업이 극심해지는 동안 실업자 구제를 강화하더라도 무차별 지원이 아니라 실업급여 대상에서 제외된 한계계층 등을 선별적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정부규모를 대폭 줄이고 정부기능을 민간에 위탁하는 등 재정지출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나갈 수 있는 과감한 정부개혁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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