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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투자진흥대책 회의 대화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10일 취임 후 두번째로 민관 (民官) 합동의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서 기업인들은 수출금융 문제 등 애로사항을 거침없이 얘기했다.

"수출 중요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아직 안 돼있다" (金宇中전경련 회장대행) 는 비판도 나왔다.

박태영 산업자원부장관이 수출보험공사를 통한 수출업체 보증조치를 취했으므로 앞으로 수출금융이 잘될 것이라고 했지만 金회장대행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金대통령은 "기업인의 애로와 건의사항에 대해서는 계속 체크해 실질적인 답을 하겠다" 고 다짐했다.

기업인들이 건의나 충고를 위해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할 경우 허용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다음은 대화록.

^박세용 (朴世勇) 현대종합상사회장 = 수출신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종합상사가 주력이 돼 수출증진 노력을 하고 있는데 본사와 지사간 연불수출 (DA) 환어음 업무가 잘 안된다.

통상마찰 우려 때문에 대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잘 안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 수출의 51%를 차지하고 있으니 정부가 대기업에도 많은 금융지원을 해주길 바란다.

^金대통령 = 여기서 나온 건의나 질문에 즉각 답이 이뤄지지 않으면 계속 체크할 것이며, 말로 끝내지는 않을 것이다.

^박창호 (朴昌鎬) 갑을회장 = 실업자가 연말이면 2백만명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섬유업계는 3D업종으로 구분돼 직물 및 가공수출 업체에서 인력난이 심하다.

3만~3만5천원의 일당으로는 실업자들을 끌어들이기 어렵다.

정부가 실업자에게 지원하는 보조금중 일부라도 3D업체에 직접 지원해 주길 바란다.

^朴산자부장관 = 수출업체에 대해서는 오늘부터 종전의 DA식이 아닌 수출보험공사 보증이 시작된다.

^이기호 (李起浩) 노동부장관 = 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금융보조는 어렵다.

다만 3D업종에서 실업자를 채용하고 외국인을 내국인으로 대체할 때 시설자금 3억원, 인건비중 2억원을 장기저리로 대부해 주는 제도를 추진중이다.

3D업종의 경우 1만개 사업장에 3만~4만명의 일손이 모자란다.

아직은 실직자들의 눈높이가 낮아지지 않았지만 하반기에는 낮추도록 유도하겠다.

올해말 실업자가 2백만명이 될 것이라지만 그렇게까지 될 것으로 결코 보지 않는다.

^조희욱 (曺喜旭) 무궁화무역사장 = 중소기업의 기술인력을 대기업에 빼앗기는 사례가 많다.

병역특례자들을 중소기업에 배정해주면 좋겠다.

^朴장관 = 수출보험공사 보증조치로 오늘 이후부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잘 될 것이다.

중소기업 병역특례 문제는 국방부와 협의하겠다.

^존 최 나이키스포츠 코리아 사장 = 규제가 많아 외국인 투자가들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바뀐 규정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자유무역지역 홍보도 절실하다.

외국인투자 진흥을 위해 정부규제 혁파.재벌개혁.은행과 투신사 개혁 등 모든 것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

^구평회 (具平會) 무역협회장 = 하반기에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수출은 하강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금융경색을 해소해야 한다.

무역수지 흑자가 이뤄지면 다른 문제도 해결된다.

^김우중 전경련회장대행 = 수출이나 수입이 축소 지향적으로 가면 안된다.

금융조건이 불리하므로 수출이 감소한다.

산자부에서 수출보험이 된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잘 안된다.

수출보험에 의한 DA관련 신용장의 실질적인 매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리도 엄청나게 높다.

수출금융이 과감하게 지원되도록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잘되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안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토론이 필요하다.

^朴장관 = 종전의 수출애로는 금융기관이 수출입금융의 위험부담을 기피한 탓에 빚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융기관의 위험부담을 수출보험으로 하고 재정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된다.

이제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이 1백% 가능해졌다.

물론 DA는 심각하므로 수출입업법 개정이 필요하다.

^金대통령 = 환율.금리.주식시장이 점차 안정돼 가고 있다.

이것은 수출이 증대해 외환보유고가 늘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개혁의 앞날에 대한 전망이 희망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

4백억, 5백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도 필요할 경우 정리해고를 하는 경영혁신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노사정 (勞使政) 모두 자기희생의 생각을 갖고 국민과 협조해 나라경제를 살려야 한다.

지금 당장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은 무역흑자 4백억달러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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