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확대·세제 개편 배경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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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재정적자 확대와 특별소비세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불황의 골이 생각보다 훨씬 깊기 때문이다.

현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내수기반이 무너지고 성장잠재력마저 약화될지 모른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중인 지금, 과연 경기부양을 할 때인지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의 고통을 참지 못하면 오히려 구조조정이 지연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IMF와 미국정부 등은 재정적자의 확대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구체적 용처 (用處)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도 있다.

◇ 추진배경 = 이규성 (李揆成) 재정경제부장관은 "돈이 돌지 않는 금융시장의 문제를 재정이 나서서 보완하자는 뜻" 이라며 "구조조정의 큰 수술을 받으려면 실물경제의 체력보완이 필요하다" 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들어 소비가 10% 이상 줄고, 투자가 30~40% 감소하는 등 실물경제가 위축돼 있다.

실물경제가 회생 불가능 상태로 곤두박질치면 구조조정이고 뭐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수출이 둔화되고, 수입은 더 심하게 줄어드는 등 대외부문이 쪼그라들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동차.가전제품에 붙는 특별소비세를 낮춰 내수를 진작하고, 재정적자를 17조5천억원으로 대폭 확대해 금융과 실업대책으로 쓰기로 했다. 아울러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이자소득세율과 교통세율을 상향조정했다.

이자소득세율의 이번 인상폭이 예상외로 적고 거액예금에 대한 누진제도 채택되지 않아 앞으로 형평성 논란에 부닥칠 소지가 있다.

◇ 타당성 논란 = 조윤제 (趙潤濟) 서강대교수는 "성급한 경기부양은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것" 이라며 "이는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므로 올 한해는 고통스럽더라도 구조조정에 전념해야 한다" 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일단 부실한 부분을 정리한 뒤 새살이 나게 해야지, 지금 돈을 풀면 체질개선이 안된채 곪은 부문을 안고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다.

趙교수는 "미국의 뉴딜정책도 대공황 상태가 한참 흐른 뒤에 나와 효과를 거둔바 있다" 고 덧붙였다.

박승 (朴昇) 중앙대교수는 "재정적자를 확대하는 정책은 방향이 옳다" 고 공감하면서도 "그러나 그 돈으로 사회간접자본 (SOC) 투자와 같은 경기부양에 사용해서는 안된다" 고 지적했다.

반면 엄봉성 (嚴峰成) 한국개발연구원 (KDI) 부원장은 "비교적 건전한 재정이 적극 나서서 구조조정과 실업문제를 주로 지원하되 SOC투자도 얼마간 늘릴 필요가 있다" 고 최소한의 경기부양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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