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길 정책위의장 한때 사임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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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 정부 실세 (實勢) 로 통하던 국민회의 김원길 (金元吉) 정책위의장이 2일 난데없이 사의를 표명, 그 배경에 궁금증을 갖게 하고 있다.

金의장 본인은 별다른 배경이 없음을 극구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핵심부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우선 최근 들어 실언 (失言) 을 연발한 金의장의 입지가 대단히 옹색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달초 김중권 (金重權) 대통령비서실장의 "3각 빅딜 성사 임박" 발언 직후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 고 즉각 반박한 金의장의 발언이 대표적 사례다.

金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빅딜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력한 톤으로 제기함으로써 金의장은 말을 바꿔야 했다.

金대통령은 최근 국민회의 당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당 정책위에서 정부와 상의도 없이 성급한 발언들이 자주 나오고 있다" 며 질타했던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여기에 부실기업 및 부실은행 퇴출 등 중요한 경제개혁 추진과정에서 당 정책위가 배제된 데 따른 불만도 또 다른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엄청난 사안들에 대해 사전협의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후에도 뚜렷한 설명을 듣지 못하는 등 당정조율의 난맥상이 결국 金의장의 부담으로 돌아갔다.

물론 金대통령이 이 상황에서 金의장의 사의를 수용할 리 만무하다.

결국 金의장의 사의 표명은 당직자들의 만류 때문에 金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되지 못하고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다.

문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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