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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명퇴금' 실직자 실업수당 지급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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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고액의 퇴직금과 위로금을 받고 명예퇴직한 실직자에게도 과연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할 것인가.

지난 연말 이후 대량실업사태로 인해 고용보험 실업급여 지급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고액 명퇴자' 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여부가 올하반기 실업대책의 새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노동부의 고민은 '형평성 차원에서 지급해서는 안된다' 며 전국 각 지방노동관서에 쇄도하는 실직자들의 항의와 '보험금을 꼬박꼬박 낸 가입자에게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사회보험 성격상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는 원칙론 사이의 갈등. 노동부 관계자는 "한정된 고용보험 재원을 정말 재취업이 어려운 저소득층에 우선 투입해야 하지 않겠느냐" 며 어떻게든 고용보험법을 개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15일부터 시행되는 실업급여 특별연장지급제에서 퇴직금을 5천1백10만원 이상 받은 실직자는 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업자 급증으로 고용보험기금이 내년 하반기에는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법개정 추진 이유중 하나. 노동부는 이미 내년 1월 1일부터 고용보험 요율을 올리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 노동부가 검토중인 방안은 ▶현행 제도 유지 ▶일정기간 지급 유예 ▶지급은 하되 성금형식으로 되돌려 받기 ▶아예 지급 안하기 등 네가지. 하지만 이에 대해 노동계.학계.재계 등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아예 지급하지 않는 방안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학계와 법조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세대 조하현 (曺夏鉉.경제학) 교수는 "아예 지급을 안하는 것은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사고때 보험금을 받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 라며 "먼저 법적 근거와 정당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급유예라는 절충형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이 방안도 유예대상에 법정 퇴직금을 포함할 것인지 여부와 상한액.유예기간 등에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유길상 (柳吉相) 소장은 "영국도 일정액 이상 퇴직금을 받을 경우 최고 1년까지 지급을 유예하고 있다" 며 "법정 퇴직금은 임금후불적 성격을 가지므로 유예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고용보험기금 = 실업대책의 주된 재원으로 실업급여를 비롯, 고용안정사업.직업능력개발사업 등에 활용된다.

총 2조원 규모로 올들어 6월말까지 4천억원이 소요됐으며 하반기엔 지원대상이 대폭 확대돼 지원액수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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