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 루빈 미재무장관 회견]한국개혁 신속히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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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1일 오전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규성 (李揆成) 재정경제부장관, 노조 및 중소기업 대표들과 잇따라 만난 뒤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방한 (訪韓) 기자회견을 갖고 "이들 모두가 구조조정 과정에 따르는 고통분담의 필요성을 뚜렷이 인식하고 있었다" 며 "개혁의 성공에는 이처럼 각계각층의 폭넓은 지지가 필수적" 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루빈 장관과의 일문일답.

- 최근 한국경제의 구조조정 속도 및 방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금융분야 구조조정의 세부적 부분까지는 미처 검토할 틈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미국정부는 깊이 공감하고 있다.

앞으로 관건은 사회 각계각층이 협조해 가능한 한 신속히 개혁을 이뤄내는 것이다. "

- 오후에 5대재벌 총수와도 면담을 갖는 목적은 뭔가.

"재벌들이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에서 큰 역할을 해내야 한다.

따라서 그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에 어느 만큼 참여의지를 갖고있는지 직접 확인하려 한다. "

- 재벌개혁의 한 방법으로 제시된 이른바 '빅딜' 에 대해 미국정부는 어떤 입장인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오늘 면담을 통해 빅딜의 실상과 문제점을 자세히 파악할 계획이다. "

- 한국의 구조조정에 대해 미국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겠나.

"미국도 지난 80년대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또 기회가 될 때마다 미국정부가 한국의 구조조정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국제금융시장에 알려 긍정적 효과를 유도하겠다. "

- 미국 등 서방선진 13개국이 약속한 제2선 자금도 지원할 계획인가.

"지난해말 40억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의 가용외환보유액이 현재 3백90억달러에 이르는 등 외환사정이 현저히 개선됐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정부가 필요하다고 요청할 경우 언제든 지원할 용의가 있다. "

- 한국을 비롯해 현재 아시아 각국이 겪고 있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본 엔화의 안정이 필수적이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은 없나.

"엔화가 오랫동안 약세기조를 이어 가는 데 대해 미국도 우려하고 있다.

엔화약세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대책은 일본이 금융기관의 부실을 확실히 정리하는 것이다.

지난번 미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의 평가절상을 이끌어 낸 것도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정부가 부실은행 정리에 대한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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