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중앙일보를 읽고

우리도 국민 만화가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6면

중앙일보 6월 8일자 40면에 게재된 ‘중국 국민 시사만화가 딩충의 추모행렬’ 기사를 읽으며 올해로 근대 만화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한국의 상황을 생각해 본다. 우리보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민 만화가를 배출하고 추앙·추모하는 중국인들의 감성이 많이 부럽다. 다른 대중문화예술 장르들과 마찬가지로 만화 역시 우리 사회가 창조해 낸 소중한 문화적·정신적 자산이다. 수많은 인기 드라마나 영화·게임의 원작이 만화라는 것만 보아도, 우리 사회는 이미 만화와 많은 교감을 나누고 있다.

하지만 만화라는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고 확장해 가는 일에 우리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아이들이나 보는 것, 저급한 오락이라는 편견이 만화에 대한 온전한 평가를 폄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도 박기정·길창덕·이두호 같은 원로 만화작가들이 있다. 허영만·이현세·신일숙 등 중견 만화작가들과 강풀·윤태호·이충호 등 젊은 만화작가들의 작품까지 우리의 만화 자산은 남부럽지 않다. 이러한 만화 자산을 스스로 자랑 삼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도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다행히 지금 과천 현대미술관에 가면 우리 만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올여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의 테마도 만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100년의 타임캡슐을 열다’이다. 우리 만화의 참모습을 소개하고 그 문화적 깊이를 감상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세계 30여 개국에 200여 작품이 수출돼 오히려 해외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우리 만화의 국제경쟁력도 이런 자리를 통해 더욱 알려지기를 기대한다.

박성식 문화콘텐트 기획자 SICAF 프로그램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