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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연기군에 수도 옮긴다는데…설명회 한번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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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가 전국을 돌며 수도 이전 공청회를 열면서 정작 예정지 주민들에겐 설명 한마디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새 수도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 남면 이장 27명이 한목소리로 불만을 터뜨렸다. 수도 이전 과정에서 후보지 주민들은 철저히 소외돼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자손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버리고 삶의 근거지를 옮겨야 할지도 모르는 마당에 정책설명회는 물론 보상규정이나 이주대책 등을 설명하는 행정 안내문 한장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남면사무소에 모였다. 지난 5일 새 수도 후보지 평가 발표 이후 처음 있는 이장회의였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이장들은 너나 할것 없이 정부를 성토했다.

연기1리 박노식(53)이장은 "대도시에서 수도 이전 당위성을 홍보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보면 울화가 치민다"며 "수도 이전으로 인한 이주 걱정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의리 이장 임만수(59)씨는 "정부가 보상규정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조차 해주지 않아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며 "군청이나 면사무소에 관련 내용을 문의해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듣는다"고 하소연했다.

종촌리 황인산(50)이장은 "올 1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비를 책정한다는 언론보도 외에는 수도 이전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 일쑤"라며 답답해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규정도 모른 채 무허가 건물에 대한 건축물 대장 등재 작업을 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

주민 임영수(59)씨는 "건축물대장에 등재해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무허가 농가주택을 건축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설계.측량비 등을 포함, 50여만원이 든다.

여기에다 현지를 방문한 국회의원들과 수도이전추진위 관계자들이 '뜬금없이' 내뱉는 말도 주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20일 연기군을 방문한 국회건교위원장 김한길(열린우리당)의원은 "충북 오송역이 행정수도 관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수도이전건설추진위 관계자는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 지역은 이미 도시화가 많이 진행돼 행정수도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남면 용포3리 김모(40)씨는 "우리 마을 '생사'가 걸린 사실이 어떻게 그런 자리에서 무심코 흘러나왔는지 모르겠다"며 "현지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수도이전추진기획단 관계자는 "후보지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 등을 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연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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