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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30대 후반 성인 인터넷 중독 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 명문대 대학원을 졸업한 30대 초반 남성 김석원(가명)씨는 취업에 실패하고 수년 전부터 고시원에서 혼자 은둔생활을 해왔다. 부모는 물론 외부 사람과의 교류가 전혀 없었던 그는 대인관계에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세상과 소통을 단절하고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인터넷 게임과 채팅만 했다. 급기야 김씨는 우울 증세를 보이며 종종 자신의 얼굴을 자해했고 상황을 뒤늦게 알아챈 주변 사람들은 지난달 전문 상담원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하기에 이르렀다.

#2. 20대 후반의 고졸 남성 박철우(가명)씨. 자수성가한 아버지, 대기업에 다니는 큰 형, 교사로 일하다 의사와 결혼한 큰 누나에 비해 그는 가정에서 늘 부족한 존재였다. 박씨의 부모는 그를 다른 형제와 비교하며 나무라기 일쑤였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도 박씨의 탓으로만 돌렸다. 박씨는 대학 입학에 실패하고 재수를 희망했지만 아버지는 그를 강제로 군에 보냈다. 제대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한 박씨는 요즘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과 채팅에 빠져 '은둔형 폐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 성인 중 위의 사례처럼 인터넷에 지나치게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옛 정보문화진흥원)이 지난해 12월 최근 1개월 내 1회 이상 인터넷을 사용한 5500명(9~39세 이하)을 대상으로 인터넷 중독 사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인터넷 중독자의 비율은 8.8%로 나타났으며 20~39세의 성인 남녀(3740명)중 인터넷 중독자의 비율은 6.3%였다. 우리나라 성인 전체 인구로 따지면 96만4000명 정도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성인 연령 가운데 20대 초반과 30대 후반에서 인터넷 중독 비율이 특히 높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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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직男, 이혼·사별男 인터넷 빠져 살아= ‘인터넷 중독’이란 인터넷을 과도하게 사용해 금단 현상과 내성이 생겨 일상생활에 장애가 발생하는 증상이다. ‘하루에 몇 시간 이상’이라고 꼬집어 정할 수는 없으나 인터넷 때문에 직장 생활 등 일상에 지장을 받는다면 인터넷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업무 관련 외에 보통 하루 5~6시간 이상 인터넷을 매일 하는 사람을 중독자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인터넷 중독률 조사를 살펴보면 성인 연령대 중 경우 만20~24세는 13.8%, 만35~39세 13.2%로 나타났다. 만25~29세의 중독률이 5.2%, 만30~34세가 8.8%임을 볼 때 20대 초반과 30대 후반이 다른 연령보다 2배 가량 높았다. 사회 활동이 왕성한 20대 후반 및 30대 초반에 비해 초기 사회 진입에 실패한 20대 초반, 사회 적응에 실패한 30대 후반의 인터넷 중독률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군 입대 전후 공백과 재취업 실패 등 실직과 연관짓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미디어중독대응팀 김정미 선임연구원은 "20대 초반의 고졸 무직자들은 군대 가기 전후에 공백이 생기고 초창기 사회 진입을 실패하면서 중독률이 높게 나타난다"며 "30대 후반 무직자의 경우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실직자로 남아 인터넷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혼이나 사별 등 힘든 개인사도 인터넷 중독 이유 중 하나다. 김 연구원은 "이혼을 하거나 사별을 겪은 성인 남성 가운데 인터넷 중독 경향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대부분 인터넷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때문"이라며 "직군 별로는 생산직보다 사무직이나 서비스직, 판매직 등 경제적으로 비교적 안정된 업종에서 중독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 "인터넷 상담보다 개인사 해결이 먼저"= 전문가들은 인터넷 중독을 정신 이상이라기 보다는 행동 장애로 해석하고 있다. 정신적 문제로 인해 생긴 증상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의해 생기는 행동 장애라는 것이다. 정신 이상이라면 약물이 동반되는 '치료'로 해결하지만 행동 장애는 '상담'이 우선시된다.

상담에 있어 중요한 키포인트는 ‘개인사 상담’이라고 한다. 인터넷에 빠지는 이유도 실직, 이혼 등 개인과 가정의 문제와 밀접하기 때문에 당장 인터넷을 끊도록 강요하는 것보다 먼저 개인적 문제를 충분히 상담해준다는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위에서 언급된 김씨의 경우 유년 시절, 부부 불화로 인해 어머니 모델 부재도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때문에 상담은 부모의 태도를 바꾸도록 먼저 권유하고 박씨도 대인관계를 향상할 수 있는 데 중점을 뒀다. 상담원들은 취업 준비나 동아리 모임 등을 주제로 한 역할극을 여러차례 시행했고 김씨를 집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집에서 거리가 떨어져 있는 카페 등에서 방문 상담을 했다. 그는 현재 학교를 통해 추천 받은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정상 생활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화역기능 전종수 대응단장은 "연령과 환경별로 보다 세분화시켜 인터넷 중독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며 "개인의 문제로 놔두기 보다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주위에서 관심을 가져주고 함께 해결해주려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는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함께 지난달부터 성인을 비롯해 장애인과 한부모가정 자녀 등 취약계층을 위해 집으로 직접 찾아가는 가정방문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중독 전문상담사가 직접 가정을 찾아가 상담해주고 수도권 소재 25개 인터넷중독 상담센터 및 병원과 연계해 개인당 10회까지 계속 상담을 진행해준다. 상담대상자의 중독 여부를 진단해주고 가정 내 컴퓨터 설치 장소 등 인터넷 이용환경도 점검한다.

이밖에 1년 연중 무휴로 평일과 주말에 관계없이 새벽 2시까지 전화나 메신저, 채팅 상담을 해주는 '아름누리상담콜'도 운영되고 있다. 상담 신청은 전화 1599-0075와 인터넷(www.iapc.or.kr)으로 하면 된다.

김진희 기자

(출처=한국정보화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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