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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엄태웅, 송혜교, 구혜선…연기 선생 김지수씨의 톱스타 멘토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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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요즘 인기 배우들 중에 김지수 원장을 만나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스승의 날에 김지수씨를 만나, 서툴렀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스타들의 신인 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스스로를 “제자 복이 많은 사람”이라 말하는 그녀는 연기보다 인생을 먼저 가르치고 있었다.

김지수씨는 인기는 물론이고 연기력까지 인정받는 스타들의 연기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현재 백제대학교에서 연기를 가르치며,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아카데미를 찾은 날은 마침 스승의 날이었다. 원장실로 케이크와 꽃을 든 학생들이 쉴 새 없이 들어왔다. “이래서 스승의 날에 선생님들이 학교를 쉬나 봐요.” 그녀는 손사래를 쳤지만, 제자들의 방문이 무척 반가운 모양이었다.

“작년에 드라마 ‘왕과나’를 마친 (구)혜선이가 스승의 날에 좋은 소식을 들고 찾아왔어요. 틈틈이 써오던 시나리오가 단편 영화로 만들어진다면서 무척 기뻐하더라고요. 혜선이가 연기를 배울 때 연기 노트에 ‘미래에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다’고 쓴 적이 있었거든요. 기특하게도 정말 해냈더라고요(웃음).”

그녀는 항상 학생들에게 연기 노트를 쓰라고 가르친다. “예술을 하려면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연기 노트는 그날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도 글로 적어보는 것. 구혜선은 다른 아이들이 게으름을 피울 때에도 그녀의 말을 듣고 매일 열심히 일기를 썼단다. 김지수씨는 책장에서 구혜선의 일기를 꺼내왔다. 직접 살펴본 구혜선의 일기에는 발음의 문제점과 해결법, 좋아하는 연기자의 인터뷰 등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다.

“사실 혜선이는 인터넷 얼짱으로 알려져 갑자기 떴잖아요. 보는 시선이 많다 보니까, 작은 행동 하나를 하더라도 조심스러워했어요. 그때 많이 힘들었는지 제 앞에서 자주 울었죠. 전 ‘책임감이 따르고 힘들겠지만, 그래도 얼마나 행운이냐’며 격려해 줬어요. 그래도 씩씩한 아이라 금방 기운을 차리더라고요.”

“그 일기를 시작으로 시나리오를 썼다”는 말을 듣고 그녀는 무척 감동했다. 배우 지망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친 지는 10년, 하지만 그녀는 학생들과 만날 때마다 그 열정에 매번 감동한단다. 그녀는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연기 선생님을 한다는 것이 신기할 때가 많다”며 웃었다.

연기보다 ‘마음 다스리는 법’을 가르치는 이유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녀는 공연 기획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공연을 준비하는 연극반 아이들의 연기 지도를 맡았다.

결혼을 한 뒤에는 생활이 불규칙한 연극 기획 일을 할 수 없어 하루에 학생 몇 명만 데리고 연기 수업을 했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연기자 한 명을 가르치게 됐는데, 그 학생이 바로 송혜교였다.

“그때 송혜교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어요. 어리기도 했고 신인이라 사실 연기를 못했죠. ‘첫사랑’이란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할 때였는데, 혜교도 저도 배우는 단계라서 무척 허둥지둥댔어요(웃음). 그때는 많이 미안했지만, 그 후로 계속 혜교가 더 잘되기를 응원하고 있어요.”

연극을 배웠기에 드라마 연기를 가르치기 벅찰 때가 많았다. “조연출한테 불려가서 ‘왜 이렇게 연기를 못 가르치느냐’고 혼난 적도 있단다. 혼이 나고 돌아와서는 편집, 카메라 워킹 등 드라마와 영화 연기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했다. 그녀는 “난 아이들과 함께 배우면서 같이 크는 선생”이라고 했다. 그녀는 베테랑 연기 선생님이 된 요즘도 연기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면 붙잡아서 ‘어떻게 연기를 하느냐’고 묻는다. 얼마 전에는 길을 가던 권오중씨를 붙잡고 물었다. “잘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편안하게 연기하려고 한다”는 그의 대답을 듣고 그녀는 당장 그날 수업에 반영했다

그녀는 배우 지망생들을 맡으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2년을 가르친다. 꼭 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배우 지망생들이 고민을 이야기하러 그녀를 찾아오는 일도 많단다.

“짧게 인연을 맺었던 학생들이라도 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특히 정다빈이나, 가수 유니, 그리고 얼마 전 마약 혐의로 기소된 모델 예학영… 그 친구들의 안 좋은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사람들이 보기에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연예인이지만, 그들은 항상 불안해해요. 하지만 연예인이 되려면 감수해야 하니까 제자들에게 미리 마음의 준비를 시키고 있죠.”

훗날 어려운 일이 생겨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그녀의 몫이었다. 그녀는 “연기 지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인성 교육이 먼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학생들에게 항상 매일 일기를 쓰고, 책을 많이 읽을 것을 주문한다. 그런 그녀의 교육 방식을 가장 잘 따라 한 사람이 누굴까. 그녀는 ‘권상우’라고 주저 없이 대답했다.

함께 연기 공부를 했던 엄태웅과 권상우.


첫 제자는 송혜교, 연습 벌레 권상우…

“권상우, 천정명, 엄태웅 이 세 사람을 같이 가르쳤어요. 연기를 가장 잘하는 건 엄태웅이었고, 키도 크고 호감 가는 얼굴은 천정명이었죠. 사실 그때 권상우는 연기도 외모도 두 사람의 중간 정도였어요. 그런데 성실한 것 하나는 정말 최고였죠. 자신의 발음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칫솔을 잘라 와서 입에 물고 연습을 하더라고요. 발음을 좋게 하려고 혼자 영어 공부도 했어요.”

오전 11시 수업이면 그는 9시부터 학원에 와서 혼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정도로 부지런했다. 그녀는 “한두 번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졸업할 때까지 줄 곧 그랬다”며 웃어 보였다. 그녀는 그렇게 뭐든 열심히 하는 그가 솔직한 성격 탓에 사람들에게 오해를 살 때마다 너무나 안타까웠단다.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는 한지혜.

“(손)태영이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연기를 가르칠 때가 주영훈씨와 헤어진 뒤 구설수에 많이 올랐을 때예요. 원래 숨으려고 하는 성향이 강한 친구였는데, 그때 숨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더라고요. 태영이는 정말 착하고, 천생 여자예요. 나중에 권상우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줬죠(웃음).”

그녀는 “이렇게 여기저기 인연이 얽혀 있는 걸 보면, 제자가 많긴 많은 모양”이라며 스스로를 “제자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녀는 배우들에게 평범한 연기 선생님이 아닌, 고민을 나누고 싶을 때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인생의 ‘멘토’였다. 둘러보니 그녀의 방과 아카데미 곳곳에는 화분이 가득했다. 모두 학생들이 선물해 준 거란다. 그녀의 취미는 틈틈이 화분에 물을 주고, ‘꽃이 언제 필까’ 기다리는 것. 그녀는 “신기하게도 화분에 꽃이 피면, 제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들리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취재_지희진(객원기자) 사진_이민희(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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