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뮤지컬 축제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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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 07면

3회째를 맞은 대구 국제 뮤지컬페스티벌은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 축제다. 올해도 지난 15일 호주 뮤지컬 ‘메트로 스트리트’를 개막작으로 7월 6일까지 20여 일간 열린다.

최민우 기자의 까칠한 무대

대구에서 뮤지컬 페스티벌이 가능한 이유는 인프라 덕분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수성아트피아 등 1000석 이상의 최신식 대형 공연장이 10여 개나 된다. 예산도 지난해 10억원에서 올해는 20여억원으로 두 배나 늘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의 ‘브랜드’가 된 것처럼, 대구는 뮤지컬의 메카가 되고자 정성을 쏟고 있는 셈이다. 서울에만 집중된 문화 향유의 기회가 지방으로 분산될 수 있다는 점 역시 각별하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우선 ‘국제’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지만 해외 작품은 개막작과 폐막작, 단 두 개뿐이다. 재미가 있거나 관심을 끌 만한 작품도 거의 없다. 조금 이름을 들어 본 뮤지컬이라야 ‘라디오 스타’와 ‘삼총사’ 정도뿐이다.

그런데 이는 대구의 잘못이 아니다. 외국으로 눈을 돌려봐도 뮤지컬 페스티벌은 좀체 보기 어렵다. 100년이 넘는 뮤지컬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도 뮤지컬 페스티벌은 열리지 않는다. 미국에선 ‘뉴욕 뮤지컬 시어터 페스티벌’(Newyork Musical Theater Festival)이란 게 올해로 7회째를 맞고 있긴 하지만, 일반 관객들이 즐기기보단 실험적인 작품을 관계자들이 검증하는 ‘아트 마켓’적인 측면이 강하다.

이처럼 뮤지컬로 페스티벌을 하기 어려운 건 다음과 같은 장르적 속성 때문이다.
1. 뮤지컬은 한 편 올리는 데 돈이 많이 든다. 100억원이 넘는 경우도 숱하다. 이렇게 자본이 많이 드는 뮤지컬 작품을 단 몇 주간 공연하는 페스티벌에 출품해선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필름을 가져와 그저 틀면 되는 영화제와는 다르다.

2. 주최 측에서 제작비를 대주고 페스티벌에 작품을 초청할 순 있다. 그래도 이름깨나 하는 뮤지컬을 최소한 대여섯 편은 올려야 구색이 맞춰지지 않을까. 하지만 이럴 경우 초청에 응할 뮤지컬 제작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뮤지컬을 소비하는 인구가 뻔한 시장에서 대형 뮤지컬끼리 치고 받고 싸우는, 위험한 도박을 할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3. 어렵사리 제작자들을 꼬드겨 대형 뮤지컬 몇 편을 한꺼번에 공연한다고 치자. 기왕 페스티벌이라면 많은 이가 찾아올 수 있게끔 유인책을 써야 하는 법. 당연히 티켓 값을 낮춰 평상시 10만원짜리 좌석을, 페스티벌 기간엔 5만원에 팔려 한다. 이러면 또 제작자들이 펄펄 뛴다. 페스티벌에 5만원에 팔면, 다른 기간 10만원짜리 티켓에 대한 저항감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복잡한 듯 보이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시장 경제의 산물인 뮤지컬을 관 주도의 페스티벌로는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은 좌초하고 말 것인가.

대안은 있다. 멋지고 폼 나는 뮤지컬을 올릴 생각을 안 하면 된다. 어설프지만 대학생 뮤지컬을 올리고, 이제 아이디어 단계의 실험작에 기회를 주는 게 현실적이다. 제한을 두고 추려내기보다 참가하려는 모든 이에게 문을 활짝 개방한다면, 펄떡거리는 생동감에 관객 역시 몰려들지 모른다. ‘화려한 페스티벌’보단 ‘열린 페스티벌’이 뮤지컬과는 어울리는 조합이다.


중앙일보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 타고난 까칠한 성격만큼 기자를 천직으로 알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더 뮤지컬 어워즈’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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