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 르네상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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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미국 독주 체제의 세계 경제에 유럽이 무서운 속도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 금융시장의 혼란 등 불안 요인이 있긴 하지만 유럽은 내수.고용.투자 등 각 분야에서 뚜렷한 약진을 보이고 있다.

유럽 경제의 '이륙' 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엔진은 내수 증대다.

지난 연초까지만 해도 유럽은 대미 (對美) 수출을 위주로 해 왔다.

그러나 최근 실질 임금 상승률이 3%대에 육박하고 설비 투자가 늘어나면서 내수 주도의 안정적 성장을 하고 있다.

미 골드먼 삭스사 (社) 는 최근 유럽의 99년 내수 증가율을 지난해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3.5%로 전망했다.

신흥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유입되면서 설비 투자도 올해 7%, 내년에 10%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 출범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각국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유럽 증시의 주가는 최근 엔화 등락의 영향으로 일진일퇴하고 있으나 연초 대비 상승률을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이 30%대, 독일은 20%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의 등장으로 업계 재편이 진행되고 국제 경쟁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외부적 불안 요인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실업 문제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실업률은 올해 11.4%, 내년에는 10.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 출범과 밀레니엄 버그 해결을 위한 컴퓨터 시스템 재조정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고용 창출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업들의 이익규모도 올해 17%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여 내년에 3%대의 성장률 달성을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 경제의 호황 신호들이 아시아 경제의 후퇴에 따른 일시적인 반사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유로가 기축 통화로 부상하게 되면 달러.엔화의 가치 하락을 가져와 가격 경쟁력이 타격 받기 쉽고, 러시아의 상황이 악화돼 동유럽 시장 전체가 흔들리면 위기의 불똥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미래 경제를 주도할 정보.통신 분야에서 미국보다 기술력.규제 환경이 크게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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