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 잠수정 발견 속초 현지표정·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하필 이 시기에 북한이 왜 이러나…' . 22일 오후 북한 잠수정이 동해 앞바다에 나타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2년전 무장공비를 태운 잠수함 출현의 '악몽' 을 되새기며 북한의 의도와 앞으로 이 사건의 파장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동해안 주민들은 최근 판문점을 통한 '소떼 방북' 을 계기로 금강산 유람선 운항이 거론될 정도로 급진전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이번 돌출사건으로 또 다시 얼어붙지 않을까 크게 우려했다.

*…북한 잠수정 침투지역인 속초시 주민들은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도 북한이 이런 일을 벌인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특히 북한에 고향을 둔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속초시청호동 속칭 '아바이 마을' 주민들은 방송을 통해 북한 잠수정 소식을 듣고 삼삼오오 모여 북한의 돌출행동을 규탄. 부친의 고향이 북한 신포인 여승룡 (呂承龍.47) 씨는 "정주영씨 방북으로 금강산 관광은 물론 고향에도 가볼 수 있다는 희망에 가슴이 부풀어 있는 때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느냐" 며 "정부는 이번 잠수정 사건을 처리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을 중단하는 등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우리 배가 북한으로 출항할 때마다 속초항에 나와 고향방문의 날만을 고대해왔는데 이번에도 고향방문이 좌절된다면 숨질 날이 멀지 않은 실향민 1세들은 어떻게 하느냐" 며 눈시울을 붉혔다.

*…96년 9월18일 새벽 강동면안인진리 해안에 무장공비를 태우고 침투했다 택시기사 이진규씨에 의해 최초로 발견된 이후 49일간 계속된 북한 무장간첩 소탕작전으로 지역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입은 강릉지역 주민들은 이날 발생한 북한 잠수정의 출몰에 크게 놀라면서 IMF 한파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지역경기가 더욱 가라앉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

*…북한 잠수정을 처음 발견해 신고한 동일호 선장 김인용 (金仁龍.38.속초시금호동) 씨가 받을 포상금 등은 2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 구체적으로는 잠수함 신고에 따른 포상금 1억5천만원과 관계기관이 수여하는 격려금이 5천만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국가보안유공자 상금지급 등에 관한 규정' 에 따르면 간첩선을 신고할 경우 보상심사위원회 (위원장 법무부차관) 의 심의를 거쳐 최고 1억5천만원까지 포상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북한 잠수정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동해안 해군 사령부는 외부인들의 부대출입을 전면통제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 이 부대는 오후8시30분부터 외부와의 유일한 통신시설인 정훈공보실에 대한 전화통화마저 끊어 정보통제에도 신경쓰는 모습.

*…북한 잠수정을 신고한 김인용 선장의 속초시금호동 단독주택에는 홀어머니 魏춘돌 (65) 씨, 金선장의 부인 李미경 (34) 씨와 1남2녀, 누나 정자 (46) 씨가 이웃 주민들과 함께 걱정스런 모습으로 집을 지켰다.

부인 李씨는 金선장의 안부가 걱정돼 부둣가에 나가 있다 金선장이 23일 낮에야 귀가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14세때 지병으로 아버지를 여읜 金선장은 속초중학교를 졸업하고 군에서 제대한 뒤 남의 배에서 일하다 지난 93년 수협의 어업자금을 얻어 4.99t 꽁치잡이 어선인 동일호를 인수한 전형적인 어부.

속초 = 이찬호.홍창업.박성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