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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는 ‘차이완’ 효과, 한국엔 악재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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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차이완’. 차이나와 타이완의 합성어다. 이게 요즘 투자자들의 시선을 붙들어 매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부쩍 가까워지면서 대만 증시가 ‘중국 수혜’를 보는 대표적인 시장으로 떠올랐다. 한국·홍콩 등 주변 증시에 미칠 영향을 놓고 논란도 분분하다.

최근 중국과 대만 사이에 금융 투자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동안 주춤거리던 대만 증시는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금융주가 일제히 오른 것은 물론 기술주까지 덩달아 상승세를 탔다. 대만 ING자산운용의 스티브 추 주식운용본부장은 2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었지만 증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요즘 대만에 부는 중국 열기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ING는 대만 내 최대 자산운용사다.


그는 ‘차이완 효과’의 또 다른 사례로 중국인 관광객의 급증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직항로 개설 이후 중국인 방문객이 몰려들면서 대만의 호텔방 잡기가 어려워졌고 매달 숙박료가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만 명 선이던 중국인 관광객은 올해 1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란 게 현지의 예상이다. 그는 “중국 관광객 증가로만 대만 국내총생산(GDP)이 0.5% 상승하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들어 대만 가권지수는 39% 상승했다. 중국 상하이 증시(60.5%)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같은 중화권인 홍콩(24.4%)을 크게 앞서가고 있다.

추 본부장은 “양안이 밀월시대를 맞으면서 중국이 대만에 줄 각종 경제적 특혜가 증시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양국 관계를 놓고 ‘신(新)국공합작’이란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과거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이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했던 것에 빗댄 말이다. 최근 논의 중인 금융협력 MOU만 봐도 중국에 진출하는 대만 금융사에 사실상 ‘내국인 대우’를 해 줌으로써 각종 규제 절차를 면제해 주는 게 핵심 내용이다.

차이완의 부상은 우리에게는 그리 좋은 뉴스가 아니다. 한국 증시와 대만 증시는 정보기술(IT) 업종과 수출 기업의 비중이 높은 ‘닮은꼴’이다. 자연히 외국인 투자 자금을 놓고도 경쟁할 수밖에 없다.


또 대만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약진할 경우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이 소외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추 본부장은 “한국은 대기업 브랜드의 완성품, 대만은 주로 부품을 수출하는 구조여서 타깃으로 삼는 시장이 다르다”며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홍콩의 타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대만은 하반기 ‘중국판 자유무역협정’ 격인 경제협력기구협정(ECFA)을 놓고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ECFA는 기존에 중국이 홍콩에 부여하던 특혜다. 이 때문에 ‘중국 우회로’로서 홍콩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대만은 ‘중국 우회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몇 종의 대만 펀드가 출시됐다. 하지만 중국 본토 펀드나 홍콩 H주 펀드에 밀려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올 들어 회복세가 뚜렷하지만 1년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추 본부장은 “최근 조정기를 거치고 있지만 중국 효과가 본격화하고 IT 경기가 회복되면 이중의 수혜를 볼 수 있어 대만 증시의 장기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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