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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구조조정 외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제주도의회는 선거구 조정으로 의원수가 20명에서 17명으로 줄었으나 의장단.상임위원장 자리는 지난 의회와 똑같이 유지키로 했다.

차기 의회 출범을 앞두고 조례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의장 1명, 부의장 2명, 상임위원장 4명, 예산특별위원장 1명 등을 그대로 유지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의원의 절반 가까운 8명이 '감투' 를 쓰게 됐다.

제주도의회는 한술 더 떠서 의장단에게 별도의 방과 여비서를 두고 의원 사무실을 2인1실에서 1인1실로 늘리기 위해 도지사실을 없애자는 의견까지 사무처에 제시했다.

최근 중앙 행정부처.재계.정계 등 사회 전반에 '살빼기'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지방의회가 구조 조정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광역.기초 의원 수가 30% 가까이 줄었지만 전국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조직.혜택 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당수 시민.전문가들은 "기업 퇴출로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 모범을 보여야 할 지방의회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 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울산시의회의 경우 의원 정수가 72명에서 17명으로 줄었으나 4개 상임위를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운영위.내무위.산업건설위.교육사회위 가운데 운영위원은 겸직하고 내무위 5명, 산업건설위 6명, 교육사회위 5명씩 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상임위마다 두는 간사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의원 11명이 감투를 쓰게 된다.

또 울산시의원 당선자들은 또 15명인 전문위원 수를 한 명 더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시의회도 의원수가 26명에서 17명으로 크게 감소했는 데도 지난 12일 본회의에서 위원회별 의원 숫자만 조정했을 뿐 의장단과 상임위원회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두기로 조례안을 개정했다.

또 광주시의회 사무처 인원은 현재 69명으로 의원당 공무원 수가 4명 꼴이지만 사무처측은 "정원에 대한 조정이 있겠지만 수를 많이 줄여서는 안된다" 고 주장하고 있다.

상당수 기초의회 역시 구조 조정을 외면하고 있기는 마찬가지. 30명과 22명에서 각각 23명, 14명으로 급감한 충북 충주.제천 시의회도 모두 3개 운영위를 일부 명칭만 바꾼 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전남대 신원형 (愼元亨.행정학) 교수는 "지방의원들이 의원직을 주민을 위한 봉사자보다는 명예.감투라고 생각, 방만한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愼교수는 "여비서.업무추진비 등이 지원되는 부의장은 1명으로 줄여도 전혀 문제가 없다.

조직은 세분화할수록 효율이 떨어지므로 상임위원회도 과감하게 통합해 숫자를 줄임으로써 의회 운영에 효율을 꾀하고 경비를 절감시켜야 한다" 고 제안했다.

이해석.고창범.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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