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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 늘어나는 '체납자동차'…번호판 지키기 백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전북전주시완산구서신동 李모 (41.자영업) 씨는 요즘 시내 가게 앞에 장시간 주차하거나 귀가해 집앞에 세워놓을 땐 승용차 앞 번호판을 떼내 가게나 집에 보관한다.

李씨가 이처럼 이상한 (?) 행동을 하는 것은 자동차세를 제때에 내지 못하자 승용차 번호판을 구청직원들이 압류해 가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다.

최근 경기침체 등으로 자동차세를 제때에 내지 못해 번호판을 압류당하는 차량들이 크게 늘면서 운전자들의 대응책도 기발해졌다. 李씨와 같은 수법을 쓰는 '카멜레온 형' 을 비롯, 무단방치형 (나몰라라 형).얌체형.거머리형.배짱형 등 여러가지다.

카멜레온형은 차량 운행 때만 번호판을 부착하고 주차 때는 떼며 구청공무원들이 번호판을 이미 압류해 간 것처럼 눈속임을 하거나 단속에 걸려도 '벌써 떼 갔지 않느냐' 며 딴전을 피운다.

가장 많은 무단방치형은 "차 굴릴 형편이 안돼 폐차할 생각이었다. 오히려 잘 됐다" 며 번호판 떼가기를 은근히 (?) 기대하며 장기간 한 곳에 방치하거나 인적 드문 곳에 몰래 버린다. 그러나 밀린 자동차세와 연체료를 합한 목돈 납부를 각오해야 함은 물론이다.

얌체형은 남의 승용차 번호판을 몰래 훔쳐 자신의 차에 달고 다니는 간 큰 체납자. 실제로 지난 16일 전북 임실에서는 吳모 (30) 씨가 갤로퍼승용차 번호판을 압류당하자 남의 것을 슬쩍해 달고 다니다 적발.구속됐다.

이밖에 차량을 건물벽에 바짝 붙여 번호판을 아예 떼기 힘들게 하는 '거머리형' 이 있는가 하면 승용차 앞쪽 번호판없이 그냥 몰고 다니는 '배짱형' 도 간혹 있다.

전주시 완산구청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번호판이 압류되면 90% 이상이 바로 번호판을 찾아갔지만 올들어 지금까지 압류한 2천2백여개 가운데 찾아간 것은 절반에 불과하다" 며 "그러나 아무리 묘책을 써도 세금을 면할 수는 없다" 고 말했다.

전주 =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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