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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외국기업인수 종업원들 능력제훈련 진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바스프코리아 윤재필 과장은 요즘 새로운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적잖이 애를 먹고 있다.

10여년동안 근무하던 ㈜대상의 라이신 부문이 독일 바스프사에 넘어간 이후 근무여건이 1백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급여지급 방식이 바뀐 것은 물론이고 권한과 책임구분이 훨씬 명확해졌으며 업무시간중 근무 분위기도 한결 철저해졌다. 윤과장은 "기업문화가 지금까지와는 본질적으로 달라져 신입사원이 된 자세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고 있다" 고 털어놓았다.

최근 국내기업이 잇따라 외국인에게 넘어가고, 외국기업의 서구식 경영기법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연봉제 도입에다 조직재편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업무중 영어를 사용하거나 영어교육.국내외 연수를 확대하는 곳도 많다.

◇급여체계와 지급방식이 달라진다 = 바스프코리아.코카콜라보틀링 등이 이미 연봉제를 도입했으며 바스프우레탄 (옛 한화바스프우레탄).바스프스티레닉스 (옛 효성바스프).P&G쌍용제지.메트라이프생명 (옛 코오롱메트생명) 등은 하반기중 연봉제로 바꿀 계획이다.

특히 이들은 본국에서 적용하는 '과학적' 인사고과 기법을 활용, 능력과 업무성과에 따라 차등을 두는 서구식 연봉제를 철저히 실시하고 있어 직원들이 깜짝 놀랄 정도라는 것. 이런 가운데 임금을 깎는 대다수 국내기업과 달리 외국에 인수된 기업중 상당수는 보수를 인상하는 등 사기 북돋우기 경영으로 국내기업 종업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근무 분위기가 달라졌다 = 윗사람 눈치보느라 일없이 밤 늦게까지 남아 있는 악습이 사라졌다. 대신 근무중 업무강도는 엄청나게 높아졌다.

바스프코리아 손명식 과장은 이와 관련, "각자의 재량권이 많아진 만큼 책임도 늘어났다" 며 "본인만 잘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불이익은 엄청나다" 고 말했다.

해외출장도 마찬가지다. P&G쌍용제지 직원들은 요즘 직급을 막론하고 해외출장때 항공기 비즈니스클래스와 1등급 숙소를 이용한다.

◇복리후생과 연수가 확대됐다 = 메트라이프생명은 94년 이후 중단했던 사원 영어교육을 다음달 부활시키기로 했다.

본사직원들은 초빙강사를 통해 직접 교육을 받고, 개인적으로 사설학원을 이용하는 지점직원들은 수강료의 60%를 보조받게 된다.

또 미국 본사 연수를 확대, 일정 규모 직원을 선발해 6개월~1년 가량 본사와 교환근무토록 할 예정이다.

◇인력 구조조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 대부분의 경우 기존 직원들의 반발.여론악화 등을 우려해 아직은 본격적으로 인력조정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또 대한중석을 인수한 이스카사.삼성중공업 중장비부문을 인수한 볼보사처럼 일정기간만 고용을 보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메트라이프생명은 구조개편과 함께 1백60명, 캄코는 61명을 희망퇴직시켰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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