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 먹는 공모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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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LG필립스LCD 공모주 청약에서 기관 투자가들이 대거 실권하면서 개인들이 예상보다 많은 주식을 가져가게 됐다.

21일 주간사인 동원증권에 따르면 19~20일 실시된 LG필립스LCD 공모주 청약에서 공모 시작 당시 518만주를 배정받았던 기관이 363만6000주(69.5%)를 실권했다.

이에 따라 당초 172만8000주가 배정됐던 개인 투자자들에게 536만4000주가 돌아갔다. 이 바람에 청약 경쟁률도 애초 증권사들이 예상했던 20대1~30대1 수준에서 7.2대1로 뚝 떨어졌다.

동원증권 관계자는"전체 물량 중 40% 이상을 청약할 것으로 기대됐던 하이일드 펀드들이 공모가 이하의 금액을 제시해 배정에서 제외되자 다른 기관 투자자들도 예상보다 많은 물량을 받게 될까 걱정해 대거 실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투신사의 한 관계자는 "LCD 업종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을 감안할 때 공모가인 3만4500원은 너무 비싸 별로 남는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당초 예상보다 세배가량 많은 주식을 받게되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미 증권사에 50%(경쟁률 2대1 감안)의 청약 증거금을 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받아가야 한다.

청약자 김모씨는 "약 4500만원어치 정도를 배정받을 줄 알았는데, 1억5000만원어치을 배정받았다"며 "기관들이 발을 뺀 것을 보니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LG필립스LCD는 뉴욕 증시(현지시간 22일)와 증권거래소(23일)에 함께 상장된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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