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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구조조정]부실은행 정리로 가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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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은행 구조조정의 방향이 부실은행 정리 쪽으로 다시 급선회하고 있다.

이달초만 해도 우량은행간 합병과 선도은행 (리딩뱅크) 의 육성이 구조조정의 '핵심' 으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 작업이 그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자 금융감독위원회가 부실은행 정리에 다시 무게중심을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위는 그 방법으로 청산보다 자산.부채인수 (P&A) 방식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미 우량은행 5곳에는 P&A를 준비하라고 통보까지 해뒀다.

P&A는 부실은행에서 우량한 자산과 부채를 따로 떼어 다른 은행에 넘기는 방식이다.

부실한 자산.부채는 이를 전담해 처리하는 소위 '배드뱅크 (badbank)' 로 넘기게 된다. 이렇게 하면 폐쇄되는 은행의 수는 최소화하면서 우량은행의 대형화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외국투자자들로부터 부실은행 정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각오하고라도 P&A로 가는 것은 비용문제 때문이다.

부실은행을 무조건 청산하다가는 뒷돈 댈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 사회적 충격도 커 자칫하면 금융시장 전체에 혼란이 확산될 가능성도 고려됐다.

금감위 관계자는 "청산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과 사회적 비용부담이 너무 크고 인수.합병 (M&A) 은 시간이 오래 걸려 P&A에 비중을 두고 있다" 고 말했다.

이미 P&A의 주체는 5개 우량은행으로 압축됐다.

관심사는 부실은행중 어느 은행이 P&A대상이 되느냐다.

국제결제은행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달해 경영평가를 받고 있는 12개 은행중 일단 외환.조흥.상업.한일은 제외됐다.외환은행은 코메르츠방크의 출자가 이뤄져 일찌감치 부실은행의 테두리에서 벗어났다.

조흥.상업.한일의 경우 금감위가 어떻게든 자발적인 합병을 이끌어보려 했으나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금감위가 강제로 합치라고 할 법적 근거도 없다.따라서 당분간 나름대로 추진중인 외자도입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결국 남은 것은 동화.동남.대동.평화.경기.강원.충청.충북 등 8개 은행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우선 P&A대상이 되고 나머지는 1개월 정도의 시간 여유를 갖고 다시 자구계획을 짤 수 있다.

어디가 어느 은행으로 합쳐지느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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