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쏟아지는 록 밴드 데뷔도 남다르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 밴드 이름은 코믹하지만 음악만큼은 진지한 ‘언니네 이발관’. 왼쪽부터 전대정·이석원·이능룡·정무진. 신동연 기자

시원한 사운드가 생각나는 무더위 때문일까. 록 밴드가 쏟아지고 있다. 언더나 인디라는 이름으로 묻혀 있던 록이란 장르가 마치 주류로 보일 정도로 그 흐름이 거세다. 라이브 클럽에서 시작해 천천히 인지도를 높인다는 록 밴드 데뷔 공식도 깨지고 있다. 한국 록 밴드의 토양이 다양하고 풍부해진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모던록 밴드 '언니네 이발관'=10년 전 모던록을 처음 들고 나와 홍대 앞 인디 붐을 일으켰다. 초반에는 앨범 판매가 부진해 해체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제 '인디'란 이름이 어색한 밴드가 됐다. 최근 낸 4집 앨범 '순간을 믿어요'는 발매도 되기 전에 1만장이 예약 판매됐다. 이들은 "천편일률적인 아이돌 스타 사이에서 우리처럼 묵은 밴드가 더 신선해 보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제 방송 활동도 본격적으로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여건이 안 된다면 립싱크를 해도 상관없다"고 당당히 말한다. 연간 100회 이상 라이브 공연을 벌이는 이들이기에 카메라 앞에서 입만 벙긋 하는 '붕어'라 불릴 일은 없기 때문이다.

◇수상 경력으로 검증 '럼블피쉬'=지난해 '한국 록 챔피언십''SBS NET 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한 밴드다. 홍대 앞 클럽에서 꾸준히 실력을 닦으며 인디 밴드의 전형적인 길을 걷다가 각종 대회에 나가 팔딱 뛰어올랐다.

럼블피쉬는 김윤아를 배출한 밴드 자우림을 연상시킨다. 남성 멤버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보컬이라는 구성 때문인 듯하다. 앨범은 하나에 다양한 분위기의 곡을 담아놓은 멤버들의 실력에 우선 놀란다. 그에 맞춰 색깔을 바꾸는 보컬 최진이의 재능에 또 한번 놀란다.

◇공중파에서 시작한 '브리즈'=데뷔 공식을 철저히 거꾸로 밟았다. 지난해 1집을 내고 지상파로 먼저 데뷔한 뒤 거꾸로 인디 클럽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최근 낸 2집 '카운터블로우'는 청량감 있는 시원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앨범. 브리즈는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주류 록 흐름을 따르려 했다"고 말한다. 대중성과 음악적 완성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듯하다. 걸걸하니 가슴 밑바닥을 긁어대면서도 섬세한 남성 보컬도 매력적이다.

◇게릴라 콘서트 '오! 부라더스'=예고없이 악기를 늘어놓고 연주하는 거리 공연으로 팬을 확보했다. 60년대 로큰롤을 추구하는 그들의 3집 앨범은 한 마디로 유쾌하다. 방정맞다 싶을 정도로 톤이 높은 보컬이 말 울음소리를 흉내내듯 고음을 처리하는 부분에서는 자지러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촌스러운 차림새로 장난스럽게 노래하고 연주하는 라이브 공연을 보는 게 10배는 더 재미있지만 CD로도 그럭저럭 머릿속이 시원해진다. '시원한 바닷물에 퐁당 빠진 로맨스'는 피서용으로 딱 좋다.

◇SM기획이 배출한 '더 트랙스'=보아.동방신기.HOT 등을 배출한 SM이 록 밴드도 본격적인 문화상품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게임 화면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차림새, 짙은 화장을 하고 손톱에 붉은 칠을 한 중성적 외모, 공연 중에 벌이는 퍼포먼스 등 눈에 보이는 것을 강조한다. 음악은 거칠고 강하다. 내지르는 듯한 랩이 들어가는 등 최근 유행하는 여러 음악적 요소를 골고루 따왔다. 18~20세의 어린 멤버들이라 원숙한 실력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지만 영상 세대의 눈길은 끌 듯하다.

이경희 기자<dungle@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