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SBS '서세원의…' 저속한 내용으로 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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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이보다 더 웃길 수 없다' 는 프로그램 SBS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 (토 저녁7시) .하지만 왜 자꾸 선을 넘을까. 여기저기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튀어나오는 통에 재미는 금방 짜증으로 바뀐다.

안타깝다는 표현을 하고 싶을 정도다.

노인을 놀린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았던 '장수퀴즈' 도 그랬지만 6일부터 새롭게 등장한 '유치원에서 온 편지 - 동심 엿보기' 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코너는 빈 방에 새 한쌍을 갖다놓고 마치 이 새가 말을 하는 것처럼 꾸며 아이들과 새와의 대화내용 (새의 말은 인기스타의 음성을 담아냄) 을 몰래 카메라로 찍는 것이다.

한 점 의심도 갖지 않는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러나 13일 프로그램에서 어른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었던가.

"너희들 엉덩이 다 빨갛지?" "아니야, 살색이야"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보여줘 봐. " 대뜸 팬티를 내리는 두 명의 여자 어린이. 엉덩이가 잘 보이지 않자 멀리 떨어져서 다시 해보라는 특별주문까지 한다.

두 아이들의 엉덩이는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공개된다.

포복절도하는 출연자들. 이것도 모자라, 커서 간호사가 되겠다는 어린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또다시 엉덩이에 주사 놓는 것을 보여달란다.

어린이 성희롱으로 간주하면…. 아니 그건 과민반응이라고 치더라도 어른들의 잣대로 아이들을 바라 보며 순진한 아이들을 어른들의 장난감 취급한다는 것은 못내 마음에 걸린다.

'서세원의…' 의 가장 큰 강점은 어린이.노인.농촌주민들의 모습을 '날것' 으로 보여줘 자연스런 웃음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그것이면 족하고 얼마든지 시청자들을 붙들어 맬 수 있는데도 제작진은 '오버' 를 일삼는다.

"나 섹시해요?" 라고 묻는 할머니, 정력을 강조하는 할아버지 등 각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작위적인 상황 연출은 짜증을 넘어선 불쾌감만을 낳을 뿐이다.

'좋은 세상 만들기' 라는 이름값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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