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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바닥 넓은 U자형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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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국 경제가 바닥을 통과 중이지만, 뚜렷한 반등을 못한 채 침체가 상당기간 이어지는 ‘U’자형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또 이번 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은 재정 건전성을 우려해 긴축으로 돌아서기보다 민간 소비와 투자를 살릴 수 있는 부양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탈출 후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게 ‘MB 정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이는 본지가 19~22일 국내 7개 주요 경제연구소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조세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이 참여했다.

◆힘찬 반등 어렵다=연구소들은 경기가 바닥을 지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채욱 KIEP 원장은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재고가 급감한 점을 감안할 때 현재 경기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처럼 경기가 ‘V’자형으로 급반등할 것으로 보는 곳은 없었다. 연구소들은 경기가 바닥권에서 오랫동안 머무는 ‘U’자형의 경기 회복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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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업현장 곳곳에서 ‘반짝 경기’가 감지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전망이다. 현오석 KDI 원장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 경제는 바닥에서는 빨리 벗어나지만 그 다음에 회복 속도가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수출여건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내수 부진도 지속되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 회복은 내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바닥이 넓은 ‘U’자형이 예상되나 (경기가 짧게 회복한 뒤 재차 하락하는) ‘W’자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경기부양 기조 유지해야=연구소들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는 지적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 쓴 경기부양책을 정상화하고 후유증을 치료하는 정책, 즉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쓰는 것에는 반대했다. 한마디로 “출구전략 추진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민간 투자와 소비가 확실하게 회복된 뒤에 시행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대부분의 연구소들은 감세 기조 유지를 주장했다. 김태준 원장은 “감세 연기나 철회, 증세는 추가적인 경기 위축 요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윤희 조세연구원장은 “과거에도 성장률이 올라가 세수가 증가하면 재정 건전성은 자연스럽게 회복됐다”며 “감세 기조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세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오석 원장은 “감세정책 추진 당시와 상황이 달라진 만큼 감세정책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모두 고려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과세·감면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KDI, 조세연구원).

◆하반기에 복병 많아=세계 경제의 회복 여부,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 여부, 원자재 가격 상승, 가계·기업부실 누적으로 인한 금융회사 부실 가능성 등이 하반기 한국 경제의 위협요인으로 꼽혔다. 예컨대 글로벌 금융 환경만 해도 선진국 금융회사들은 부실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고, 동유럽 국가들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가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하반기 평균 배럴당 68.5달러에 달해 상반기(50.7달러)보다 35.1% 오를 것으로 예상(삼성경제연구소)될 정도로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유병규 본부장은 “대내적으로는 정치·사회 부문의 갈등 확산으로 경제위기 극복 정책의 추진력이 약화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렬·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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