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두달봉급 모아야 돼지고기 1kg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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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이 1천마리의 소를 북한에 제공하지만 주민들에게 고깃국은 여전히 '그림의 떡' 이 될 전망이다.

북한당국은 과거 김일성주석이 김정일 당비서의 생일 등 명절에 쌀밥.두부.고사리.콩나물 등과 함께 돼지고기를 배급했으나 최근 들어 육류의 공급은 완전히 중단됐다.

게다가 장마당에 일부 고기가 나와있지만 일반주민들에게는 언감생심 (焉敢生心) 이다.

턱없이 부족한 육류생산으로 농민시장에서는 돼지고기가 1㎏에 2백원이 넘게 거래되기 때문. 일반 노동자.사무원의 한달 임금이 1백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두달치 임금을 모아야 살 수 있는 비싼 가격이다.

육류가 들어간 가공식품이나 반가공식품, 인스턴트 식품도 전혀 생산되지 않는다. 동물성 식품이 절대부족한 북한 어린이들이 심각한 영양불균형 상태에 있는 것은 불가피하다.

고기는 구경도 하지 못해 치명적 질병인 '펠라그라' 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에서 주식이 된 옥수수는 체내 분해과정에서 나이아신이라는 영양분이 대량소모되는데 이 나이아신 성분은 육류나 달걀 등에 들어있다고 한다.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면서 나이아신을 섭취하지 못한 어린이들은 '펠라그라' 라는 병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주민들의 고기 섭취량은 남한주민의 6.9%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지난해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조여원 (趙麗媛) 교수팀이 탈북한 김경호 (金慶鎬) 씨 일가족 11명에 대한 개별 면접조사 결과 남한의 남자는 하루 2백90g의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고 있지만 북한 남자는 하루 20g에 그쳤다.

또 여성의 경우 남한은 1백31g, 북한은 33.8g에 그치고 있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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