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영화'여고괴담' 문제있나 없나…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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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영화 '여고괴담' 을 놓고 교육계와 영화계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사들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준비중이고 영화계는 지나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고괴담' 은 학교의 부정적 단면들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있을뿐 아니라 교사를 폭력적이고 비인격적인 인물로 과장.왜곡하고 있다.

일탈된 교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원 전체를 비인격적 행위를 일삼는 집단으로 성격화하고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학생의 원귀에 의해 살해되는 두 교사뿐 아니라 등장하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모두 교육자로서의 양식과 인격을 찾아보기 어려운 부정적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또 이 영화는 교육문제를 교사의 문제로 단순화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실정에서 상당 부분 책임이 교사들에게 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사회구조.교육제도.국민의 교육의식이 서로 맞물려 있다.

교사 역시 이러한 교육체제와 학부모 및 사회 요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닌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영화는 교육문제를 다뤘다기보다 선과 악, 원한과 복수라는 도식구도를 지닌 공포.괴기영화의 성격이 짙다.

이런 틀 속에서 교육 문제는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로 단순화될 수밖에 없고 영화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교사는 학생들에게 극도의 원한과 복수심을 불러일으키는 악의 집단이 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교육은 학생과 교사간에 사랑과 존경과 신뢰의 바탕 위에서만 성립되는 것이다.

일부 잘못된 부모가 있다 해서 부모를 악으로 상징하고 자녀의 복수대상으로 삼는 영화가 윤리성을 얻기 어려운 것처럼 사제지간의 윤리적 관계도 최소한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영화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보는 학생들의 가슴 속에 교원 전체에 대한 적개심같은 것이 담아지지는 않을까 참으로 걱정스럽다.

교원이 제자의 한맺힌 복수의 대상으로 극화되는 현실 속에 교원들은 깊은 자괴감을 느낀다.

조흥순 한국교총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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